[경북도민일보 = 정재모] 승부(勝負)를 가리는 일은 목적 측면에서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하나는 생사의 문제, 즉 살기 위해 벌이는 승부다. 이건 꼭 이겨야 한다. 총을 들고 전투를 벌이는 일,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적과의 한판 진검승부 같은 게 이거다. 또 하나는 오락성 승부다. 이런 승부는 즐기기 위한 것으로, 내가 남보다 낫다는 걸 은근히 확인하는 놀이다. 스포츠 경기 등과 같이 강자로 군림하고 싶은 욕망을 충족하는 것이 이에 속한다.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꼭 이겨야하는 진검승부와는 달리 오락성 승부 겨루기라면 져도 그만 아닐까. 하지만 말이 쉬워 그렇지 어떤 겨루기이건 진다는 건 참기 어려운 고통이다. 누구나 가진 오기(傲氣)란 감정이 오락에서조차 지는 걸 그냥 편하게 놔두지 않기 때문이다. 씨름도 남보다 잘해야 하고, 짜장면 내기 고스톱도 기어이 이겨야 직성이 풀리며, 수수께끼풀이에서도 상대방보다 앞서야지만 밤잠을 잘 자는 게 인간인 것이다. 하지만 지나친 오기야말로 알고 보면 번뇌이며 건강을 해치는 병인(病因)임은 현대의학에서도 이미 밝혀진 바다.
본보가 주최한 영일만사랑배 전국 바둑대회가 지난 토·일요일 포항종합운동장 실내체육관에서 열렸다. 올해로 7회째인 이 바둑대회는 동호인들의 관심 속에 전국 최대 규모의 아마추어대회로 열렸다고 한다. 성인부, 학생부, 새싹부(어린이부) 등 부문별로 끼리끼리 수담을 나누며 승패를 떠나 좋은 친구를 사귀는 기회가 됐을 걸로 생각된다. 또 그런 ‘수담우정’을 구경한 많은 관람객들에게도 더위를 잊는 청량제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아등바등 피터지게 싸워 이기는 것만 좋은 줄 아는 세상이지만, 지는 데에도 즐거움이 있다는 바둑의 가르침을 조금이나마 알게 해준 대회였다면 주최 측으로선 그 또한 망외(望外)의 보람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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