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 없어도 울림 있는 ‘벙어리 삼룡이’
  • 이경관기자
대사 없어도 울림 있는 ‘벙어리 삼룡이’
  • 이경관기자
  • 승인 2015.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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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시립연극단 제170회 정기공연
배우 열연·라이브 드럼 반주 눈길

[경북도민일보 = 이경관기자] 어두운 무대 위, 핀 조명이 떨어진다. 많은 사연을 품은 듯 복잡한 표정으로 허공을 바라본다. 바보스러운 외면 속에 숨겨진 인간다움이 진실한 사랑을 만나 발현된다. 사랑이 건네는 삶의 구원은 찬란하다.
 포항시립연극단이 오는 19일까지 포항시립중앙아트홀에서 제 170회 정기공연 ‘벙어리 삼룡이’를 펼쳐보이고 있다.
 14일 오후 7시 30분 포항 중앙아트홀을 찾았다. 빈 좌석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만원이었다. 메르스 여파로 한 차례 연기됐던 이번 공연은 포항시민들에게 더욱 다가가는 예술단이 되기 위해 무료로 진행되고 있다.
 인간의 진실된 사랑과 구원에 대한 노래한 공연은 ‘신체극’으로 대사 전달 대신 큰 동작과 얼굴 표정, 조명으로 극의 스토리를 전했다.
 벙어리인 삼룡은 오 생원 네 하인으로 못된 성격의 오 생원 아들에게 늘 괴롭힘을 당했다. 오생원 아들이 가난한 과부댁 딸과 결혼한 뒤 새색시를 학대하기 시작했고 삼룡은 그런 아씨가 안타까워 지극히 섬겼다. 새색시와 삼룡의 관계를 오해한 오생원의 아들이 새색시와 삼룡을 마구 때렸다. 결국 삼룡은 오생원의 집에서 쫓겨났다. 어느 날 삼룡은 화염에 휩싸인 오생원의 집을 보고 그 속으로 뛰어 들어가 오생원을 구하고 다시 새색시를 구하기 위해 불길로 뛰어 든다.
 1시간 30분 남짓하는 공연이 끝났다. 절절한 삼룡의 표정이 잊혀지지 않았다. 대사가 없었지만 스토리를 전하는데 무리가 없을만큼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였다. 극의 흐름을 주도하는 드럼 반주는 라이브로 인물들의 동작과 일치해 극의 맛을 살렸으며 조명은 무대가 주는 한계를 극복하고  깊은 울림을 선사했다.
 아쉬운 것이 있다면 삼룡과 새색시의 스토리가 빈약했다는 것. 삼룡은 사회적 박해와 인간적 불평등에 시달리며 살아온 인물로 우리시대 사회적 약자를 대변한다. 그런 캐릭터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용기를 얻는 과정이 조금 더 상세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더욱 씁쓸한 것은 관객들의 관람 태도. 신체극의 특성상 빛과 소리에 예민하기에 휴대전화를 꺼달라는 안내멘트가 나왔음에도 불구, 벨소리가 울려 극의 몰입도를 해쳤다.
 공연장을 나오는 관람객들의 표정은 무거웠다. 말 못하는 삼룡이 전하는 그 이야기가 묵직했기 때문이었다. 박해 받는 삼룡과 새색시, 그리고 그들을 괴롭히는 오생원 아들의 모습은 이 시대의 어두운 이면과 닮아있었다.
 포항시립연극단의 ‘벙어리 삼룡이’는 오는 19일까지 포항중앙아트홀에서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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