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장강명 작가, 다섯번째 소설
[경북도민일보 = 이경관기자] “어떤 관계의 의미가 그 끝에 달려 있는 거라면, 안 좋게 끝날 관계는 아예 시작도 하지 말아야 하는 걸까? 그 끝에 이르기까지 아무리 과정이 아름답고 행복하다 하더라도?”(87쪽)
십여 년이 넘는 기자활동을 통해 다져진 기민한 현실감각을 바탕으로 왕성한 창작활동을 펼쳐온 장강명 작가가 최근 다섯번째 장편소설인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으로 ‘제20회 문학동네작가상’을 수상했다.
현실을 직시, 적나라하게 그려내는 장 작가는 ‘열광금지 에바로드’에서 ‘오타쿠’이야기를, ‘표백’에서는 꿈 없이 방황하다 자살하는 청춘을 그렸다. 또 ‘한국이 싫어서’에서는 희망 없는 한국을 떠나는 20~30대의 삶을 그렸다.
그러나 이번 수상작품인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에서는 다른 느낌을 풍긴다.
장 작가는 이 작품에서 한 순간, 단 한 번밖에 체험하지 못하는 인간 존재의 한계를 근본적으로 성찰한다.
이 소설은 고등학생 시절 자신을 괴롭히던 친구를 칼로 찔러 죽인 남자와 도박과 외도를 일삼는 아버지에게 매 맞으면서도 집착하는 어머니, 애정이 없는 언니 사이에서 외톨이처럼 자란 여자의 이야기다.
다시 만난 두 사람은 남ㄴ자가 새 소설의 배경으로 삼을 마포구 일대를 함께 돌아다니며 옛 설렘과 호기심의 감정을 이어간다.
그러나 이 두 사람 사이를 어떤 한 여자가 뒤따라 다닌다. 그녀는 남자가 죽인 친구의 어머니다.
그녀는 죽은 아들이 친구를 괴롭힌 게 아니라며 집요하게 남자 뒤를 밟는다.
남자는 그녀가 결국 자기를 죽일 것을 알고 있지만 여자와의 만남을 이어간다.
“여자에게 하는 말이 너무 짧아 무언가 더 말하고 싶었지만 더 보탤 단어들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 말들은 거짓이면 안 되었기 때문이다. 너무 잔인한 진실도 안 되었다. 너를 만나기 위해 이 모든 일을 다시 겪으라면, 나는 그렇게 할 거야, 같은 말들.”(148쪽)
강지희 문학평론가는 “고작 패턴으로 존재하는 인간이 어떻게 그 패턴 밖으로 나갈 것인가라는 매혹적인 질문을 던지고, 이 어려운 질문에 맞서 훌륭히 싸워낸 서사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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