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경선 규칙을 둘러싸고 이명박, 박근혜 두 대선 주자 간 싸움으로 파국 직전에 몰려 있다.
강재섭 대표가 중재안을 내놓았으나 갈등은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강 대표는 두주자가 중재안을 수용하지 않거나 절충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대표직은 물론 의원직까지 사퇴하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그러나 두 주자는 요지부동이다. 두 주자 간 다툼으로 당이 갈라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경선 룰 하나 정하지 못해 당이 갈라져서야 수권정당 운운할 수는 없다. 주자 간의 경선 규칙 싸움으로 당이 갈라진 사례를 선진 민주정치에서 도대체 찾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당은 없고 유력 대선 주자만 존재하는 꼴이다. 대통령만 될 수 있다면 당이야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는 식의 사고 자체가 민주 정당정치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다. 세칭 범여권이라는 쪽은 새삼 들먹일 필요조차 없다. 과거 집권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은 이미 당 해체를 결의, 정당의 존재 의미가 퇴색된 지 오래다.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통합신당모임은 최근 중도개혁통합신당을 만들었으나 이도 곧 사라질 처지다.
당을 만든 정치인들 자신이 중도개혁통합신당은 민주당과 합당을 위한 `가건물’이라고 고백하고 있다. 무엇 때문에 당을 부수고, 만들고, 합치는지, 정당의 존재 이유가 의문시된다. 민주당과 통합을 추진 중인 중도개혁통합신당의 김한길 대표는 흡수합당이 아니라 새로운 당명을 내거는 신설 합당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지난달 협상때 사실 다 합의를 봤기 때문에 민주당 지도부가 결단을 내리고 이를 추인하면 된다”고 밝혔다.
민주당과 합치겠다고 하면서 왜 신당은 만들었는지 국민은 그저 고개가 흔들릴 따름이다.
정세균 열린우리당 의장과 박상천 민주당 대표가 만났다. 박 대표가 제의한 `중도개혁세력 통합추진협의회’ 구성 문제 등 범여권 통합 문제를 논의했다. 회동에서 제기된 대의명분과 수사는 화려했지만 결국 당을 부수고 새 당을 만드는 것 그 이하도 이상도 아니다.
정 의장과 박 대표는 과거 민주당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정치인들이다. 어떠한 형태로 새 당이 만들어질지 모르지만 통합이 성사된다면 지난 16대 대선 직후 서로 갈라졌다가 17대 대선을 앞두고 다시 합치는 셈이다. 마치 정당이 대선을 위해 존재하는 식이다. 정당은 없고 오로지 대선만 있다. 심지어 일부 정치 지도자들은 대선 후보를 중심으로 일단 당을 만들자는 제의까지 내놓았다. 그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모르지만 만약 떨어지면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다시 당이 갈라질 판이다. 그러나 그것이 우리 정치의 현실이니 누구를 탓 할 수도 없다. 한숨이 절로 나온다. 그렇다 하더라도 정치 지도자들은 더 이상 국민을 기만해서는 안된다.
현 정치판은 정당이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대선과 총선을 위해 존재하는 후진 정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국민을 위한다면 더 이상 국민을 실망시키지 말고 범여권을 하루 빨리 통합해 신당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통합 신당이 나온다면 그 후부터라도 국민의 기대와 촉망을 받을 수 있는 후보를 선출해 제대로된 정치를 해주기를 바란다. 선거에 패했다고 다시 당이 갈라지고 총선 지분을 놓고 또 싸우는 구태를 되풀이해서는 안된다. 이는 역사에 죄를 짓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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