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빗발치는 반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언론사(史)에 오래기억될 조치를 단행했다. 국무회의에서 통과된 `취재 지원 시스템 선진화 방안’은 중앙정부의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37개 브리핑룸과 기사송고실을 서울, 과천, 대전의 3개 권역별 합동브리핑센터로 통합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다만 청와대와 국방부, 금융감독위원회, 검찰청, 경찰청은 업무의 특수성과 지리적 위치 등을 고려해 단독 브리핑룸과 송고실을 유지하도록 예외가 인정됐다.
브리핑 내용을 동영상으로 실시간 송출하는 전자브리핑제 도입 등이 포함된 이번 조치는 관련 예산 확보와 시설 공사 및 정부 홍보 관계자 교육을 거쳐 8월부터 시행된다.
하지만 정부의 주장처럼 `취재 지원’이나 `선진화’가 별로 실감나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브리핑룸과 송고실 대폭 축소가 어째서 국제 기준이고 선진 체제인가를 납득시키기에는 설득력이 한참 모자란다는 얘기다. 아니 그보다는 되레 언론의 활동을 제약하고 국민의 알 권리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언론계는 물론이고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을 포함한 각계각층의 반응이 온통 비난 일색이라는 데에서도 이런 분위기는 쉽게 감지된다.
신문협회와 신문방송편집인협회는 이번 조치를 “반민주적인 신종 취재 봉쇄”라고 규정했고 전국언론노동조합은 “밀실 행정 권장을 공정한 취재 환경 조성으로 호도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참여정부의 언론정책에 호의적인 편인 민주언론시민연합까지도 “국민의 알 권리마저 제약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치권의 비난 강도도 꽤 높다. 열린우리당을 제외한 모든 정파가 일제히`언론 탄압’,`철권정치의 전형’,`독재적 발상’,`신종 보복폭행’이란 식의 원색적 표현으로 반대 전선을 형성했고 열린우리당 대변인도 비록 사견임을 전제하기는 했지만 “취재원에 대한 접근성 제약과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우려되는 측면이 있는 만큼 신중한 검토가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실은 2003년에 도입된 개방형 브리핑제만으로도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보다 훨씬 열악해진 게 우리의 취재 환경인데 여기서 더 악화된다면 언론이 제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까 의문이다. 말이 좋아 취재 지원이지 막상 수요자인 기자들은 불편하고 힘들다면 누굴 위한 취재 지원이냐고 묻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본청과 서울지방경찰청의 브리핑룸이 통합되고 서울 시내 일선 경찰서 8곳의 송고실이 모두 없어지는 등 통폐합의 직격탄을 맞게 된 경찰청이 심각하다.어린이 유괴,연쇄 살인, 납치 등 시간을 다투는 강력사건이 발생할 경우 현장과 동떨어진 곳에서 신속한 브리핑과 취재를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개방형 브리핑제 도입 당시에 약속한 정례 브리핑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터에 익숙하지도 않은 전자브리핑제에 기대를 걸형편도 못 된다.합동브리핑센터까지 수시로 오가야 하는 공무원들도 불편하기는 기자들 못지않을 것이다.
언론계와 정치권 일각에서는 내년에 새 정권이 출범하면 다시 바뀔 한시적 제도라는 비아냥거림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그래서는 안 된다.국민의 혈세만 축내는 행정 낭비의 전형이기 때문이다.정부는 이른바 `선진화 방안’을 밀어붙일 게 아니라 지적된 문제점들을 시행에 앞서 다시 한 번 꼼꼼히 짚어볼 필요가 있다.
`정보가곧 힘’인 시대에 국민의 알 권리를 제약하는 어떤 조치도 용납돼서는 안 된다는 게 우리의 확고한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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