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몇 년 전 유럽 연합 지도자들은 새로운 소위 ‘유럽 대통령’을 선출했다. 당시 벨기에 총리인 헤르만 판 롬파위(Herman Van Rompuy)가 유럽 연합의 27개국 정상들에 의해 만장일치로 첫 유럽 정상회의(European Council) 상임 의장이 된 것이다. 이 상임 의장은 대외적으로 유럽 연합을 대표하며 대내적으로 유럽 정상회의를 주재한다. 그의 당선을 축하하면서 당시 영국의 고든 브라운 수상은 그를 ‘consensus builder(공감을 이끌어내는 인물)’라고 칭찬했다. 그는 한동안 북부 네덜란드어권인 플란더스 지역과 남부 불어권인 왈룬 지역간의 대립으로 정치적 불안을 겪었던 벨기에를 다시 안정시켰다.
‘공감대를 창출하는 리더’라는 이 한 마디가 필자의 뇌리에 깊이 새겨지는 느낌을 받았다. 헤르만 판 롬파위, 그는 다양한 유럽 연합 국가들의 이해 관계를 조정하고 갈등을 중재하는 통합의 리더십을 가진 인물이었던 것.
판 롬파위는 벨기에의 수도 브뤼셀에서 태어났다. 젊을 때부터 플레미시 기독 민주당 에서 활동하였고, 1985년부터 1995년까지는 상원 의원으로 재직하면서 1993년에는 예산부 장관에 선임되기도 했다. 1999년에는 다시 하원 의원으로 선출되었고 2004년에는 내무부 장관으로 일하다가 2007년에 하원 의장으로 선임되었다. 그 후 2008년 12월, 레테름 총리가 사임한 후 국왕에 의해 후임으로 지명되자, 5개 정당으로 구성된 연립 정부를 구성한 후 총리에 취임했다.
유럽 연합 상임의장으로 선출된 직후 그는 “2년6개월의 임기 동안 공동체의 단합과 실천을 최우선 덕목으로 삼아 업무를 처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를 일컬어 언론은 “불가능하게 보이는 것을 타협으로 이끌어 내는 대단한 노력가: a painstaking builder of impossible agreements (l‘horloger des compromis impossibles)”라고 평가했다.
그는 한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모든 국가들은 타협을 통해 함께 승리해야 합니다. 한 쪽이 패배하는 것으로 끝나는 타협은 결코 좋은 타협이 아닙니다. 저는 모든 사람들의 이해관계를 고려하겠습니다. 그리하여 우리 유럽의 일치와 연합은 강점으로, 다양함은 풍부함으로 남을 것입니다.”
유럽 연합의 선두 지도자였던 그는 ‘다리 놓는 사람(a bridge-builder)’으로서 벨기에 정치권에서 리더십을 인정받은 후 유럽에서도 최선을 다해 공감을 창출하는 리더십을 발휘하였다. 또한 소국 벨기에 총리가 유럽 연합이라는 거대한 조직의 대통령이 된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작은 나라들이 오히려 다국적 상황에서 중요한 역할을 감당할 수 있음을 암시한다. 현실적으로 보면 소국은 역시 약소국이며 대국은 강국이지만 국제 조직에서는 ‘공감(consensus)’이 제일 중요하므로 소국과 대국의 차이는 약화되고 오히려 소국 지도자들이 최고 자리에 앉을 확률이 높은 것이다.
한국 사회에도 내에도 이러한 ‘공감을 이끌어 내는 사람들’이 많이 나와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서로 다양한 집단들의 이해관계를 조정, 통합하여 양극화된 사회적 문제들을 해결하고 결속력을 회복하여 마침내 남북한의 평화적 통일도 이끌어 낼 수 있는 화합의 지도자가 나타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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