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정재모] 우리말의 ‘돌’은 특정 동식물 이름 앞에 붙어 그 동식물이 야생이거나 품질이 한결 떨어지는 것을 나타내는 접두사다. 돌미나리 돌복숭 돌능금 돌콩 돌팥 돌감 돌김 돌조개 돌가자미 돌탱자…. 여기서의 ‘돌’은 석(石)이 아니라 ‘홀로’ ‘외따로’의 뜻을 지닌 고(孤)에 뿌리가 닿은 말이 아닐까 싶다. 형제자매나 가까운 일가붙이도 없어 주위 둘러보지 않고 제멋대로인 사람을 얕잡아 ‘돌놈’이라고 하는 것을 봐도 그렇다.
아닌 게 아니라 동물이건 식물이건, 또 사람이건 같은 유(類)끼리 어울려 부대끼며 생장하고 생활할 때 ‘품질’은 좋아질 수 있다. 옆의 좋은 점을 본뜨기도 하고 경쟁도 하게 되어 보다 우월해지는 거다. 과일이나 채소도 한 군데 군락을 지어 사람의 손길을 받은 것들이 크고 탐스럽다. 산야에 저만치 홀로 있게 되면 그것이 사람이든 짐승이든 식물이든 어울려 살아온 것들보다 열등할 것임은 정한 이치다.
산야에 자생하는 돌배는 소화를 돕는 약재로 알려져 있다. 기침 가래 설사 및 갈증해소와 이뇨에도 약효가 뛰어난 한방으로 친다. 거들떠보지도 않던 돌배의 인기가 치솟았을 건 당연하다. 경북도가 구미 무을면 일원에 돌배나무로 특화숲을 조성할 거라고 한다. 150억원을 투입하여 2025년까지 인곡저수지 곁에 600ha의 돌배숲을 만든다는 거다. 백설처럼 하얀 돌배꽃은 봄철의 관광자원이 되고, 가을의 ‘자연산 돌배’는 상품이 될 거란다. 구미 무을에선 ‘돌’자 돌림 돌배를 얕잡아보기는커녕 소득을 안겨주는 효자로 애지중지하게 될 날도 멀지 않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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