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을돌배숲
  • 정재모
무을돌배숲
  • 정재모
  • 승인 2016.01.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북도민일보 = 정재모]  우리말의 ‘돌’은 특정 동식물 이름 앞에 붙어 그 동식물이 야생이거나 품질이 한결 떨어지는 것을 나타내는 접두사다. 돌미나리 돌복숭 돌능금 돌콩 돌팥 돌감 돌김 돌조개 돌가자미 돌탱자…. 여기서의 ‘돌’은 석(石)이 아니라 ‘홀로’ ‘외따로’의 뜻을 지닌 고(孤)에 뿌리가 닿은 말이 아닐까 싶다. 형제자매나 가까운 일가붙이도 없어 주위 둘러보지 않고 제멋대로인 사람을 얕잡아 ‘돌놈’이라고 하는 것을 봐도 그렇다.
 아닌 게 아니라 동물이건 식물이건, 또 사람이건 같은 유(類)끼리 어울려 부대끼며 생장하고 생활할 때 ‘품질’은 좋아질 수 있다. 옆의 좋은 점을 본뜨기도 하고 경쟁도 하게 되어 보다 우월해지는 거다. 과일이나 채소도 한 군데 군락을 지어 사람의 손길을 받은 것들이 크고 탐스럽다. 산야에 저만치 홀로 있게 되면 그것이 사람이든 짐승이든 식물이든 어울려 살아온 것들보다 열등할 것임은 정한 이치다. 

 그런데 채소나 과일을 다량 재배하다 보면 병해충이 생겨난다. 당연히 농약을 쳐야 한다. 농약은 사람에게도 해롭다. 비료 주고 농약 뿌려 재배한 것들은 중금속 오염 따위의 공해가 있고 야생에 비해 영양가나 약효 같은 게 떨어진다는 게 다수의 연구 결과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이 과일과 채소에서 ‘돌’자 돌림 야생의 자연산을 좋아하게 됐다. 돌김을 선호하고 돌미나리를 애써 찾는다. 돌복숭아로 담근 술은 허리 병에 약이 되고 명절 밑의 돌문어는 부르는 게 값이다.
 산야에 자생하는 돌배는 소화를 돕는 약재로 알려져 있다. 기침 가래 설사 및 갈증해소와 이뇨에도 약효가 뛰어난 한방으로 친다. 거들떠보지도 않던 돌배의 인기가 치솟았을 건 당연하다. 경북도가 구미 무을면 일원에 돌배나무로 특화숲을 조성할 거라고 한다. 150억원을 투입하여 2025년까지 인곡저수지 곁에 600ha의 돌배숲을 만든다는 거다. 백설처럼 하얀 돌배꽃은 봄철의 관광자원이 되고, 가을의 ‘자연산 돌배’는 상품이 될 거란다. 구미 무을에선 ‘돌’자 돌림 돌배를 얕잡아보기는커녕 소득을 안겨주는 효자로 애지중지하게 될 날도 멀지 않은 셈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