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취월장
  • 정재모
일취월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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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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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정재모]  일취월장(日就月將)은 날로, 달로 진보한다는 말이다. 글자 그대로 풀면 ‘하루가 지나면 새로운 것을 이루고 한 달이 지나면 크게 앞으로 나아간다’가 될 것이다. 한자 취(就)와 장(將)은 둘 다 앞으로 나아가다, 이루다의 뜻을 가졌다. 일취월장을 일장월취(日將月就)로도 바꿔 말하고 일진월보(日進月步)도 비슷한 말로 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어쨌거나 오리지널은 일취월장인데 시경 주송(周頌)편의 경지(敬之)라는 시에서 유래한 말이다.
 ‘이 못난 소자는 비록 총명하지 않지만(維予小子不聰敬止) 날로 달로 나아가 학문이 광명에 이르게 할 것이니(日就月將學有緝熙于光明) 맡은 일을 열심히 하여 나에게 덕행을 보여주오(佛時仔肩示我顯德行)’. 문장으로 정리하여 옮겨 적은 이는 공자이지만 이 글의 시적 화자는 주(周) 2대 왕인 성왕(成王)이다. 부왕인 무왕이 죽은 뒤 즉위하여 스스로 ‘총명치는 못하나 열심히 공부하여 날로 달로 발전하겠으니 신료들도 서로 도와 어질고 착한 행실을 보여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경상북도가 올해 도정구호(口號)의 하나로 일취월장을 채택했다고 한다. 도의 공식행사나 도청 공무원들이 건배사를 하게 되는 술자리 같은 사석에서 ‘일취월장!’을 외치도록 한다는 거다. 그런데 새해 구호로 채택케 한 그 뜻풀이가 재미있다. ‘일찍 취직해서 월급 받아 장가·시집을!’이라는 거다. 구호에만 그치는 게 아니라 실제 도 차원에서 노력하겠다는 의지도 담겼으리라. 일자리가 부족해 청년 실업이 가장 큰 고민인데다 결혼연령마저도 마냥 늦춰지는 세태에 적절한 구호라 하겠다.
 유학(儒學)의 근원에서 일취월장이란 말 생겨난 지 2500여년이 흐른 2016년. 대한민국 유교전통의 본고장 안동·예천으로 주 사무소를 옮기게 된 경상북도에서 그 말 본래의 뜻을 그리 훼손치 않으면서 전혀 새로운 울림으로 외치게 되었으니 말 만든 옛 성인이 듣더라도 입가에 미소를 머금을 법하지 않은가. 아무쪼록 이 구호처럼 올해는 청년들 모두가 뜻대로 취직하고 결혼도 하여 이 나라를 젊음의 활기가 가득 찬 나라로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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