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총통 선거가 한국 정치권에 주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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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총통 선거가 한국 정치권에 주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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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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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만 야당인 민진당의 차이잉원(蔡英文) 주석이 16일 총통 선거에서 국민당 후보를 누르고 8년 만의 정권 교체에 성공했다. 그것도 대만 역대 총통 선거에서 가장 큰 표차로 이겼다고 한다.
 민진당은 또 총통 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입법원 선거에서도 전체 의석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압승을 거뒀다. 이로써 차이잉원 당선자는 105년 대만 역사상 첫 여성 총통이자 중화권 최초의 여성 지도자가 됐다. 차이 당선자는 ‘선거의 여왕’으로도 불린다. 강하면서도 부드러운 카리스마로선거판에서 숱한 승리를 만들어왔기 때문이다. 한국 유권자들이 3년 전 박근혜 대통령을 선택한 것과 유사하다.
 그래서 대만과 한국의 선거는 서로가 리트머스 시험지로 불린다. 한국과 대만은비슷한 민주화와 경제발전 경로를 걸었다. 시대 변화에 맞춰 새로운 정치 지도자를 선택할 때마다 리더십 체제를 앞서거니 뒤서거니 참고해왔다.
 한국이 1998년 여야 정권 교체를 한 지 2년 뒤 대만도 첫 정권교체를 실현했다. 대만도 우리처럼 변호사, 최고경영자, 여성 지도자를 차례로 대통령으로 선출했다. 따라서 이번 대만 총통 선거를 자세히 보면 오는 4월 총선이나 내년 연말에 실시될 대선에서 우리 유권자 표심이 어떻게 움직일지 가늠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번 대만 선거전의 이슈는 양안정책이었다. 그리고 차이잉원 당선자가 압승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마잉주(馬英九) 총통 집권 8년간 대만의 중국 의존도가 너무 심화했기 때문이다. 대만 유권자들이 대만 독립 성향의 민진당을 선택한 것은 그동안 친중 정책을 펴온 국민당에 대한 실망감을 반영한다.

 차이 당선자는 당선이 확정된 직후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대만에 대한 압박은 양안 관계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차이 당선자는 또 “과거 정책의 착오를 원상회복하겠다”고 밝혀 국민당 정권의 친중 정책 노선을 수정할 계획임도 명확히 했다. 중국과 더 밀착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양안관계의 험로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중국 정부는 곧바로 우려를 표명했다. 중국 국무원 대만판공실은 성명을 통해 대만의 어떠한 독립 시도도 결연히 거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차이 당선자가 과거의 민진당처럼 급진적인 대만 독립노선을 추구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실적으로 양안의 이념 경쟁도끝나고, 중국의 경제 규모가 이미 대만을 압도했기 때문이다. 차이 당선자는 유권자들 사이에서 생겨난 ‘통일도, 독립도 싫다’는 심리를 시의적절하게 포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민진당이 정권 탈환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결정적 요인은 ‘경제’였다. 마잉주 정부는 지난 8년간 친중정책을 펴면서 세계 2위 경제 강국으로 부상한 중국의 후광을 입을 것으로 기대했다.
 마잉주 총통은 양안 경제를 일체화한 ‘차이완(Chiwan) 시대’를 개막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2012년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지나친 친중 정책은 대중 경제종속의 심화로 이어지며 산업 공동화, 내수 경기 침체, 청년실업을 유발했다.
 특히 지난해부터 본격화한 중국의 경기둔화는 대만에 직격탄으로 작용했다. 한때 한국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대만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한국의 37% 수준으로 감소했다. 10년째 실질임금이 거의 오르지 않고 민생경제가 피폐해지자 유권자들이 국민당에 등을 돌렸다. 세계 어느 나라 유권자도 경제를 살릴 능력이 없는 정당을 결코 지지하지 않는다. 이는 오는 4월 총선과 내년 대선을 앞둔 우리 정치권이 유념해야 할 부분이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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