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사물의 냄새가 방귀나 똥내와 같으면 구리다고 한다. 사람의 언행이 지저분하고 의심스러워도 구리기는 매한가지다. 날콩을 씹는 맛은 비리다. 피에서 나는 냄새 또한 비리다. 피비린내라는 말이 이래서 생긴 모양이다. 언행이 치사해도 비리다고 한다. 결국 구리거나 비리거나 코를 싸쥐고 손으로 부채질을 해야 한다.
반드시 배설물이 아니어도 된다. 어떤 사물이나 현상이 역겨운 냄새를 풍길 때엔 그럴 속 사정이 있게 마련이다. 사전을 들춰보면 이를 ‘내평’이란 표제어로 올려놓고 있다. ‘속내평’이라고도 한다. 한자어로 쓰면 ‘내막(內幕)’이다. 문학작품엔 이 ‘내평’이란 말이 숱하게 쓰인다. 일례로 이상협의 ‘재봉춘’에서 한 대목을 옮겨본다. “그것은 그러할 까닭이 있단다. 이때까지 내게도 말을 아니했지마는 오늘은 계순이도 오고 하였으니 이 댁 내평을 좀 말할까.”
도대체 무슨 꿍꿍이속인지 알 수가 없다. 언필칭(言必稱) 교육자란 사람들이 허위공문서까지 만들어 발송하면서 학급배정을 해야 할 내평은 도대체 무엇일까? 그러면서도 “형평성에 맞게 했다”고 했다. 일선 교단에 선다면 “나는 바담풍해도 너는 바담풍이라고 발음해라”고 애먼 학생만 다그칠 스승이 될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코미디로 넘겨도 되나? 구리고 비린 구석은 없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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