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항공·숙박 대란, 천재지변만 탓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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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항공·숙박 대란, 천재지변만 탓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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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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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최대이자 국제적인 관광지인 제주지역에서 기상악화로 9만명에 가까운 관광객의 발이 2박3일 이상 묶이는 대혼란이 빚어졌다.
 기록적인 한파에 폭설과 난기류가 겹치면서 지난 23일부터 항공편 운항이 취소됐고, 숙박업소가동이나 3000명에 달하는 관광객은 난민처럼 공항에서 노숙을 해야 했다. 호텔 등 숙박업소들은 오도 가도 못하는 관광객에게 무료로 숙박을 연장해 주거나 할인을 해줬다. 일부 주민은 자발적으로 나서 무료숙박을 제공하기도 했다.
 제주도 등 지방자치단체는 모포와 매트 등을 준비하고 빈 객실이 있는 호텔과 모텔 등을 파악해 관광객에게 안내하는 등 나름대로 혼란의 최소화를 위해 노력했다. 그럼에도 많은 관광객이 숙식에 큰 불편을 겪어야 했다.
 국토교통부가 발 빠르게 대응에 나서 25일 오후부터 제주공항과 여객선 운항을 정상화한 것은 다행스럽다. 각 항공사도 정기편은 물론 운용 가능한 항공기를 모두 투입한 임시편으로 관광객을 수송하기로 했다. 하지만 워낙 발이 묶인 관광객이 많은 데다 항공사별로 수송 능력에 편차가 있어 주 후반이 돼야 제주를 모두 빠져나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혼란을 기상 악화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천재지변’으로 치부할 수도 있을 것이다. 따뜻한 남쪽 지방인 이 지역에 32년 만에 가장 많은 눈이 내렸고 한파경보나 주의보가 발령된 것도 7년 만이었다.

 하지만 응급조치가 제대로 이뤄졌다면 혼란과 불편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우선 관광객들에게 기상악화에 대해 미리 충분한 안내를 했는지 의문이다. 무방비, 무대책 상태에서 이번처럼 관광객의 발이 묶여 대혼란이 발생했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제주에는 이미 지난 18일 산간지역에는 대설경보, 기타 지역엔 대설주의보가 내려졌다. 최악의 한파도 예상됐었다. 이 정도면 여행사나 항공사들은 여객기의 운항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예상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관광객을 꾸역꾸역 제주로 실어날랐다면 잇속만 챙기고 고객 안전을 소홀히 했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사태 발생 후 내국 관광객은 물론 중국인 등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안내가 미비했던 점도 지적되고 있다. 숙박업소를 구하지 못해 공항에서 밤을 지새우는 관광객의 불편 해소를 위한 노력이 부실했다는 것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담요와 깔개, 생수 등 긴급 구호 물품이 하루가 지나서야 지급됐다는 게 사실이라면 비판받아 마땅하다.
 이번과 같은 사태가 발생할 경우에 대비한 당국이나 공항, 항공사, 여행사의 비상대책이 있었는지도 의문이다. 재난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그 피해와 불편을 줄이는 역량은 사람의 몫이다. 그리고 대책은 항상 최악을 상정해야 한다. 이번 일을 계기로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고 작동했는지 세심하게 살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 바란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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