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
  • 정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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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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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정재모]  ‘되도록이면 얼굴을 펴고 걸으십시오/ 그리고 한눈을 팔아서는 안 됩니다// 되도록이면 웃는 얼굴로 걸어가십시오/ 구름에 묻혔어도 태양은 보고 걸어야 합니다// -어둠을 따라갈 수야 있겠습니까?// 되도록이면 웃으면서 걸어가십시오/ 시시한 것들은 아예 눈여겨 볼 것도 없습니다// 되도록이면 서로 손을 잡고 걸으십시오/ 허전하게 걷는 것은 슬픈 일입니다// -동반자가 없어서야 되겠습니까?// 되도록이면 숨이 차도 참고 걸으십시오/ 머언 봄이 벌써 눈을 부스스 뜨고 있습니다’
 신석정(辛夕汀 1907~1974)의 ‘입춘’은 우리더러 한눈팔지 말고 얼굴을 펴고 웃으며 태양을 보고 걸어가야 한다고 말한다. 어두운 길을 가지 말라고 하며, 외로이 혼자 걸어서야 되겠느냐고도 한다. 시인은 입춘을 한해의 첫 절기라는 의미에 앞서 희망에 넘치고 환하게 밝아야 하는 새해의 첫날로 여겼음이 분명하다. 새해 첫발을 떼면서 어찌 희망 없이 출발할 수 있겠느냐는 속삭임이 곧 시 ‘입춘’이 아닌가 한다.

 아닌 게 아니라 옛 사람들은 입춘을 한해의 첫걸음으로 보았다. 태양 황경(黃經)이 315도인 이날을 봄의 시작으로 봤던 흔적들이 민속이나 다수 시문(詩文)에 적혀 있는 것이다. 입춘은 주로 음력 정월에 들지만 정월과 섣달에 거듭 드는 때도 있다. 올해는 아니지만 이럴 경우를 ‘재봉춘(再逢春)’이라 하여 상서롭게 여겼다. 입춘 무렵에 추위가 반드시 있다는 뜻으로 “입춘 추위는 꿔다 해도 한다.”는 말이 있다. 금주 초 2~3일간의 그 한파가 아마 ‘입춘추위’였을 게다.
 오늘이 입춘. 시인의 말처럼 ‘머언 봄이 눈을 부스스 뜨고 있는’ 어름이다. ‘빨간 원숭이의 해’를 맞이한 지도 벌써 한 달도 더 지났지만 이제사 추위가 거의 간 듯하다. 새 기분으로 웃으면서 이웃과 더불어 힘차게 걸음을 떼어놓을 때다. 때마침 모레부터 5일간의 설날 연휴도 시작된다. ‘입춘날 입춘시에 입춘축을 붙이면 굿 한 번 하는 것보다 낫다는 옛말도 있으매 옛 풍습 한번 따라보는 것도 좋지 않으랴. 독자 여러분의 가정마다 직장마다 ‘입춘대길, 건양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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