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정재모] ‘되도록이면 얼굴을 펴고 걸으십시오/ 그리고 한눈을 팔아서는 안 됩니다// 되도록이면 웃는 얼굴로 걸어가십시오/ 구름에 묻혔어도 태양은 보고 걸어야 합니다// -어둠을 따라갈 수야 있겠습니까?// 되도록이면 웃으면서 걸어가십시오/ 시시한 것들은 아예 눈여겨 볼 것도 없습니다// 되도록이면 서로 손을 잡고 걸으십시오/ 허전하게 걷는 것은 슬픈 일입니다// -동반자가 없어서야 되겠습니까?// 되도록이면 숨이 차도 참고 걸으십시오/ 머언 봄이 벌써 눈을 부스스 뜨고 있습니다’
신석정(辛夕汀 1907~1974)의 ‘입춘’은 우리더러 한눈팔지 말고 얼굴을 펴고 웃으며 태양을 보고 걸어가야 한다고 말한다. 어두운 길을 가지 말라고 하며, 외로이 혼자 걸어서야 되겠느냐고도 한다. 시인은 입춘을 한해의 첫 절기라는 의미에 앞서 희망에 넘치고 환하게 밝아야 하는 새해의 첫날로 여겼음이 분명하다. 새해 첫발을 떼면서 어찌 희망 없이 출발할 수 있겠느냐는 속삭임이 곧 시 ‘입춘’이 아닌가 한다.
오늘이 입춘. 시인의 말처럼 ‘머언 봄이 눈을 부스스 뜨고 있는’ 어름이다. ‘빨간 원숭이의 해’를 맞이한 지도 벌써 한 달도 더 지났지만 이제사 추위가 거의 간 듯하다. 새 기분으로 웃으면서 이웃과 더불어 힘차게 걸음을 떼어놓을 때다. 때마침 모레부터 5일간의 설날 연휴도 시작된다. ‘입춘날 입춘시에 입춘축을 붙이면 굿 한 번 하는 것보다 낫다는 옛말도 있으매 옛 풍습 한번 따라보는 것도 좋지 않으랴. 독자 여러분의 가정마다 직장마다 ‘입춘대길, 건양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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