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정재모] ‘낯설게 하기’는 러시아 문예비평가 시클로프스키(1896~1976)가 1910년에 주창한 문학이론이다. 그는, 문학은 언어와 문자에 의한 예술이므로 표현에 있어서 ‘낯설게 하기’(defamiliarization;일상화한 대상을 다른 양상으로 제시함)가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예술은 삶의 경험에 대한 감각을 새롭게 하는 것이기에, 습관적이고 일상적인 것을 탈피하는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이다. 이른바 ‘러시아형식주의’의 핵심이다.
일상의 언어가 자동판매기에서 나오는 상품처럼 자동적으로 발음되는 것이라면 시의 언어는 완곡하고 어렵고 첨예하고 비틀린 것이어야 한다는 게 시클로프스키를 필두로 하는 형식주의 문학가들의 생각이다. 현대의 시와 소설문장들이 갈수록 어려워져 온 배경이 아마도 이런 이론에 뿌리를 두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기만 알고 독자가 이해 못할 ‘낯설게 하기’라면 그 문장이나 작품은 헛소리 이상으로 쳐 줄 수 없을 게다.
‘장미의 이름’으로 우리나라 독자들에게도 잘 알려진 세계적 지성 움베르토 에코가 지난 19일 타계했다. 84세를 일기로 그는 갔지만 그의 기호학과 문학은 아마 두고두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것이다. 쉽고 재미있는 표현으로 이화(異化;낯설게 하기)에 성공을 거둔, 흔치 않은 세기적 ‘지성’이기 때문이다. 그의 별세를 계기로, 지금 우리 시대에 횡행하고 있는 어쭙잖은 ‘낯설게 하기’ 시와 소설문장들을 잠시 생각해본다. 무슨 소린지 도무지 모를 저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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