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도시 포항’악몽 되살아날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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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도시 포항’악몽 되살아날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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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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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항엔 잊지못할 악몽이 있다. 지난 여름 무려 83일 동안이나 계속돼 국내 사상 `최장기’란 기록까지 남긴 건설노조 파업이다. 그 바람에 얻은 별명이`파업 도시 포항’이다. 올 여름에도 이 악몽이 행여 되살아날세라 포항 전체가 온통 걱정이 태산 같다. 건설노조 파업에 크게 놀란 포항의 각계 각층은 건설노조의 움직임에 눈을 떼지 못한 채 초긴장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해도 지나치지 않을 지경이다.
 이는 근거 없는 근심 걱정이 아니다. 건설노조와 전문건설협회의 올해 임금 인상 교섭이 또 난항하고 있는 까닭이다. 올들어 이미 4차례나 교섭을 벌였지만 양측 주장은 팽팽하기만 하다. 지난해 최장기 파업의 빌미가 임금협상이었고 보면 긴장하지 않을 수가 없게 돼있다. 여기에 더욱 걱정스러운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포항-울산-여수-광양 4개 지역 건설노조를 하나로 묶어 `플랜트노조협의회’(가칭)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다. 그 준비작업은 이미 구체화되고 있다. 이 조직 전환에 대한 4개 지역별 노조의 조합원 찬반투표 결과는 오는 23일 나올 예정이다. 여수와 광양 지역 건설노조는 지난 16일 투표를 시작했지만 공사 현장 별로 실시하는 까닭에 1주일이나 걸린다. 울산과 포항 지역 건설노조는 22일 투표를 실시한다. 이를 지켜보는 쪽이나 노조 쪽이나 쌍방 모두 그야말로 피마르는 1주일이 되게 생겼다.
 지역단위 노조 조직을 플랜트노조협의회로 바꾸는 것은 한마디로 노조의 공룡화( 恐龍化)라 할 것이다. 지난 여름 지역 단일노조와도 힘겨루기가 버거웠던 전문건설협회로서는 그야말로 난적을 맞는 것과 다름없다. 역외(域外) 노조인 울산, 여수, 광양까지 가세한다면 그 힘은 가공할 수준에 이를 게 뻔한 일 아닌가. 노조의 조직 전환이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가결된다면 플랜트노조협의회 차원의 교섭은 내년부터 시작된다고 한다. 그렇다고해서 조합원 찬반 투표의 영향이 올해 임금교섭에 미치지 않는다고 본다면 지나친 낙관이다. 이것이 노조의 전략이든 아니든 사세는 그렇게 돌아가게 마련일 것으로 생각된다.
 제3자에겐 지역노조들의 이러한 연대는 합리성이 없는 데다 설득력도 떨어져 보인다. 포항 지역 건설노조의 임금협상에 다른 지역 노조들이 한편이 되어 가세한다는 것은 불공정 게임이랄 수도 있다. 특정 지역이 스스로 해결할 일에 다른 지역들이 떼를 지어 간여하려 드는 것과 다를 게 없어 보이는 시도랄 수 있다. 찬반 투표를 앞둔 노조원들이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야 할 대목이다.
 `공룡 노조’의 힘은 지역경제를 또한번 쥐락펴락할지도 모른다. 지역내 기업체들과 함께 포스코와 포스코건설이 노조의 향배를 지켜보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어디 기업체 뿐인가. 시민들 또한 매한가지다. 지난해 가장 무덥고 긴 여름을 보낸 쪽은 아무런 대항수단을 갖지못한 시민들이었다. 건설노조의 강성투쟁에 얼마나 고통을 겪었던가. 일반 시민은 도심 마비가 불편했고, 건설업계에 생계를 의존하고 있는 서민들은 극심한 불경기에 시달려야 했다. 심지어는 여름 투쟁에 나선 노조원 가족들조차 얼마나 고통을 겪었는가.
 그 피해의 실체적 증거를 수치로 살펴 볼 수 있다. 지난 여름 파업의 경제 손실은 거의 6천억원에 이른 것으로 관계자들은 분석했다. 그 가운데 포스코건설을 포함한 포스코가 입은 기회비용손실은 4천억원이다. 파업 기간에도 파이넥스 공장 건설 지연에 따른 손실이 산더미처럼 불어난데다  34개 공사 현장의 손실 또한 만만치 않았던 탓이다. 게다가 100여개 건설업체들의 매출손실은 1500억원이나 됐다. 건설노조의 급여손실도 350억원에 이르렀다는 분석이다. 이나마 분석이 가능한 분야별 손실 규모가 이 정도다. 이런 위기 속에 겪은 지역 경제의 퇴조와 위축은 계량조차 할 수 없지 않은가.
 올들어 시작된 포항지역 노사 간 `산업평화’운동은 이런 강성투쟁 결과에 대한 자성의 표현이기도 했다. 기업과 시민들의 마음을 읽은 노사의 합작품이랄 수 있다. 그 지향하는 목표는 두말할 것도 없이 `경제 살리기’다. 지난 여름 과격 투쟁의 결과를 만회하려면 얼마나 많은 땀과 시간이 필요할지 깊이 생각해봐야 할 일이다. 포항지역 경제는 또다시 중대한 갈림길에 서게 됐다. 지난해 입은 경제손실에 또다른 손실을 덧입힐 것인가. 아니면 번영의 터전을 다질 것인가 하는 갈림길이다.
 사리가 이렇고 보면 노사 간 원만한 대화의 중요성이야말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할 것이다. 올 여름은 노사가  원만한 합의를 이뤄내 파업 없는 노사관계 원년으로 기록돼야 한다. 아울러 4개 지역 노조가 손잡은 거대 노조의 탄생으로 기업과 시민들의 마음 속에 먹구름을 드리워서도 안된다고 본다. 포항은 50만 시민 모두의 둥지이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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