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덕꾸러기 되어버린 열린우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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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덕꾸러기 되어버린 열린우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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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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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윤환 / 언론인
 
  열린우리당 탈당-대선출마포기를 선언한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범여권 대선 주자 가운데 7명을 거명했다. 이해찬·한명숙 전 국무총리, 정동영 전 의장, 천정배, 김혁규 의원,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 문국현 유한킴벌리사장 등 7명이다. 이들에게 “국민경선의 장에서 경쟁해 달라”고 당부했다. 자기는 대선의 무대에서 사라지겠지만 나머지 7명이 평화개혁세력의 단일후보를 뽑아 한나라당과 대적해달라는 것이다.
 그는 이미 출마를 선언했거나 출마의지를 밝힌 김두관, 김원웅, 신기남, 유시민, 김병준 등 `골수 친노 후보들’의 이름은 끝내 거론하지 않았다. 이른바 `노빠’들이다. 이들은 대선 후보감도 아니고, 경선에 나와서도 안된다는 의미다. 또 김 전 의장의 노무현 대통령과 핵심 측근들에 대한 불편한 속내도 담겨 있다. “사람 잘못봤다”고 자신을 향해 쏘아붙인 노 대통령을 향해 참았던 앙갚음일지 모른다. 노 대통령이 형제처럼 아끼는 유시민, 김두관, 김병준에게는 날벼락이었을 것이다.
 이해찬, 한명숙, 김혁규 등도 `노빠’이긴하다. 그러나 이들이 빠진 경선은 상상하기 어렵다. 이들이 빠지면 대통합이라는 이름에도 걸맞지 않고 흥행성도 없다. 이들 가운데 일부가 경선에서 배제돼 `노무현 후보’로 독자출마하면 범여권이 자멸할지 모른다. 그러나 김 전 의장이 이들을 거론한 이유는 “하루빨리 열린우리당에서 빠져나오라”는 메시지다.
 김 전 의장의 대선후보 심사는 김병준 유시민 두 사람이 대선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직후다. 김 청와대 정책특보는 김 전 의장이 불출마를 선언하기 전날인 11일 “이번 대선이든 총선이든 어떤 형태로든 선거와  관련된 역할을 할 가능성을 완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높이 나는 연(鳶)-성공하는 국민, 성공하는 국가’ 출판 기념회에 앞서 서다.
 유 의원도 이틀 전 자신의 지지모임 홈페이지에 “적절한 때 `좋은 결정’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출마가능성을 시사했다. 보건복지 장관을 그만두면서 “당분간 신문지면에 오르내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던 게 불과 한달여 전이다. 또 신기남 의원도 자서전 출판기념회를 갖고 대선 출마 의사를 밝혔다. 김근태 전 의장은 본인만 `독배’를 마신게 아니라 독배를 좌우로 돌렸다.
 최근 노 대통령과 친노들에게 불유쾌한 소식이 많아졌다. 김근태 전 의장 뿐만 아니라 도처에서 “친노는 안된다”는 문전박대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급기야 김대중 전 대통령은 “대선 후보는 민주당 중심으로 나와야 한다”고 했다. 열린우리당은 후보를 낼 생각도 말라. 열린우리당 간판을 내리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열린우리당 후보를 만들어 그를 지원하겠다”는 자신의 뜻과 정면 배치되는 것이다. 현직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에게 파워게임에서 밀리는 기막힌 상황이다. 범여권 대선 주자들은 김 전 대통령이 부르자 쪼르르 달려가는 지경이다. 노 대통령의 자존심이 온존할리 만무하다.
 범여권의 친노파에 대한 왕따는 이들이 자초한 측면이 많다. 노 대통령 핵심 측근들이 `참여정부평가포럼’을 만들고 전국 조직화를 서두르고, 노사모와의 결합을 시도함으로써 12월 대선과 내년 국회의원총선에서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는 손가락질을 받은 게 결정적이다. 특히 열린우리당이 왜소화될 경우 평가포럼을 열린우리당에 접목시켜 당을 사수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는 게 반노, 비노세력들의 시각이다. 김근태-정동영 전 의장이 평가포럼 해체를 주장한 것도 이들이 범여권 대통합의 걸림돌이라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 측도 평가포럼에 대해 연말 대선이 아니라, 내년 국회의원 총선에서 친노세력의 생존을 위한 고육지책으로 해석하는 눈치다.
 노 대통령의 열린우리당 사수 의지는 분명하다. 말을 이리저리 바꾸지만 범여권 대통합은 `지역주의 회귀’로 간주하고 있다. 그러면서 대선 전면에 나서 `노의 남자’를 후보로 만들고 정권을 다시 잡겠다고 벼르고 있다. 만약 안돼도 친노세력들을 묶어 내년 총선에서 정치세력화하겠다는 속셈이다. 그 근거지는 노 대통령 고향 김해다. 그러나 현실은 범여권 내부에서부터 문전박대 당하는 신세가 됐다. “아! 옛날이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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