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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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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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흥길의 중편 `장마’는 6·25 당시 국군장교와 빨치산 아들을 각각 가진 사돈 관계의 두 할머니가 한집에 살면서 그 아들들 때문에 갈등하고 반목하다 마침내 화해해 가는 과정을 그린 수작이다. 작중화자 `나’의 삼촌인 친할머니 아들은 빨치산으로 활약하고 있고, 외할머니의 아들은 국군 장교다.
 장마가 시작될 무렵 외할머니는 아들의 전사통지를 받게 되고 그때부터 `빨갱이는 다 뒈져라’고 저주를 퍼붓는다. 할머니 입장에서는 곧 자기 아들을 죽으라는 악담이다. 거기서 시작된 두 노인의 갈등과 저주는 장마 동안 내내 계속된다.
 빨치산이 거의 소탕되어 가던 때라 모두들 삼촌이 죽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할머니만은 아들이 살아 돌아오리라는 점쟁이의 말을 철석같이 믿고 있던 어느 날 세찬 장맛빗줄기 속에 아이들의 돌팔매를 맞으며 구렁이 한 마리가 집으로 들어온다. 그것을 직감적으로 아들의 변신으로 믿은 할머니는 졸도하고, 외할머니는 구렁이를 극진히 대접하며 할머니의 빠진 머리카락을 태운다. 그 냄새 때문에 구렁이는 대밭으로 사라져 갔고 그 후 장마가 끝나면서 두 노인은 화해한다는 이야기다.
 장마가 시작되었다. 내달 말까지 이어질 거란다. 엊그제 평양에서 남북축전 행사가 있었지만, 양측간 깊은 갈등은 아직 상존하고 있다는 사실이 한나당의원 대접문제에서 또 한번 확인된 행사였다. 국내에서는 지금 대통령과 그 반대 정파들 간에 선거법위반이니, 헌법소원이니 하는 문제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고 야당 경선후보 간 반목도 고조되고 있다. 산업현장에서는 노사간 갈등도 시작되었다. 한미 FTA도 사회적 갈등을 촉발하고 있다. 나라를 온통 뒤덮고 있는 이 갈등들이 올여름 장마가 물러갈 때쯤에는 소설 ?장마?의 서사처럼 어떤 계기를 맞아 쾌히 풀릴 수 있을까. 고개를 가로저으면서도 국민들은 그런 결말을 바라고 있다.
 정재모/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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