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농업국가이면서도 선조들은 늘 배고픈 삶을 살았던 기록들을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벼슬아치들의 수탈이 극심했던 탓도 있을 터이고, 농업기반 자체의 취약성에도 큰 원인이 있었을 것이다. 이런 저런 까닭으로 정미소는 풍요와 부유의 현장이기도 했다. “지영은 눈앞에 쌀이 소복이 쌓이는 환상 속으로 빠져들어갔다.정미기(精米機) 속에서 하얀 쌀이 솔솔 쏟아져 나오던 광경이 아주 확실하게 눈앞에 떠오른다.달팽이 같이 생긴 정미기 꼭대기에 네모난 양철 초롱 그 위에 쌀을 부으면 ….”<박경리/시장과 전장>
방앗간에 이어 1962년 첫선을 보인 경운기는 동력 농기계의 첫걸음이기도 했다. 이후 농사는 그야말로 혁명의 연속이었다.이앙기가 못줄을 밀어내고 모내기를 떠맡았고 트랙터,콤바인은 도리깨를 전설로 만들어버렸다.
가장 중요한 대목은 늘 배고프던 사람들이 이제는 쌀을 먹지않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지난해엔 한 사람이 1년 동안 80㎏ 한 가마도 못먹었다는 게 통계청 자료다.1986년만 하더라도 쌀소비량이 127.7㎏이었음과 비교하면 소비가 얼마나 줄었는지 실감난다.
더욱 기가 막히는 것은 기능성 쌀의 잇단 등장이다.게르마늄쌀, 키토산쌀, 상황버섯쌀, 동충하초쌀, 인삼쌀,다이어트쌀까지 나온 세상이다.쌀만두,쌀국수까지 나와 밀가루의 영역을 잠식하더니 그 정도로는 성이 안찬다는듯 미용제품, 세정제까지 쌀의 활용영역 은 넓어지고만 있다. 쌀샴푸, 쌀린스, 주방세제….쌀뜨물,발아현미가 이렇게 진화했다. 앞으로 또 어떤 활용법으로 진화할 것인가. 쌀의 변신은 영원한 현재진행형일지 모르겠다.
김용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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