쭉정이 걱정
  • 경북도민일보
쭉정이 걱정
  • 경북도민일보
  • 승인 2007.08.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농촌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 아닐지라도 시골 추억은 한두 가지 씩이라도 지니고 있게 마련이다.노천명의 글 한 대목.“앞벌 논가에선 개구리들이 소낙비 소리처럼 울어대고 삼밭에선 오이 냄새가 풍겨 오는 저녁 마당 한 구퉁이에 법산덩굴,엉겅퀴,다북쑥 이런 것들이 생짜로 들어가 타는 냄새란 제법 독기가 있는 것이나 또한 거기 다만 모깃불로만 쓰이는 이외에 값진 여름밤의 운치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달  아래 호박꽃이 ….”
 올해 8월 날씨에서 마른 장마의 한풀이를 해야 겠다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하루라도 거르면 서운하다는 듯 온나라를 들쑤시듯 해가며 날마다 비가 내리니 하는 소리다. 비가 왔다하면 국지성(局地性)이고 호우로 판세가 굳었다.그렇게 게릴라가 기습하듯 큰비가 내리는 날수도 부쩍 늘어났다.영남지역에서 가장 큰 부산만 보더라도 1987~1996년에 21일이던 집중호우일수는 1997~2006년에는 43일로 늘었다.시쳇말로 `게임이 안 될 지경’이다.이제 8월 장마는 한반도가 아열대 기후로 바뀌는 징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상기후는 땅농사,바다농사를 흉작으로 몰아가고 있다.바다에서는 냉수대와 적조 현상,논밭에선 쭉정이가 근심거리다. 실제로 제철 과일부터가 그럴 조짐을 드러내고 있다.복숭아 자두는 일조량 부족으로 당도가 낮아졌다.상품 등급도 떨어졌다.경북의 자존심인 수박,참외가 물을 먹었으니 온전할 리 없다.주산지인 경북북부의 고추는 고추대로 탄저병과 역병이 걱정이다. 병해충도 극성이다.
 올해 경북의 작황이 지레 걱정스럽다.이렇게 애간장이 타는 농민 앞에서 `매캐한 모깃불 냄새’를 들먹였으니 눈치 없는 책상물림이라고 구박받지나 않을지 새가슴이 된다.하기야 어느 해라고 이런 시련이 없었던가. 그래도 제철이 되면 햇곡식,햇과일이 풍성했다. 쭉정이 농사가 걱정이긴하나  이런 희망이라도 가져야 힘이 나지 않겠나 싶기도 하다.
 김용언 / 언론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