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甘呑苦吐(감탄고토)’의 안 좋은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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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甘呑苦吐(감탄고토)’의 안 좋은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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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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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예현 (주)원덕 대표

[경북도민일보]  ‘甘呑苦吐(감탄고토)’.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
 최근 난임·불임으로 마음고생 하는 부부들이 많아지고 있는 가운데 자녀를 학대해 죽음에 이르기까지 하는 아동학대 또한 끊이지 않고 있다.
 모순과 딜레마가 공존하는 2018년 지금, 우리는 어떤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가.
 지난해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고준희양 살인사건’을 기억하는가. 아이가 사라졌다고 신고를 하고 전국으로 ‘아이를 찾습니다’며 호소를 했던 아이의 아버지와 내연녀는 자신들의 살인을 감추기 위해 자작극을 벌였다.
 고준희양 사건이 얼마 지나지 않아 또 하나의 사건이 발생하였다. 부산의 한 아파트에서 엄마가 두 아이를 던져 사망시키고 본인 역시 뛰어내려 자살한 사건이 발생했다. 또 작년 2월 울산에서 두 아들을 목 졸라 숨지게 했던 일과 9월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두 남매가 숨진 채 발견이 되었는데 그 범인은 아이의 엄마였다.
 매년 자녀살인사건이 늘어나고 있으며 2006년부터 작년까지 발생한 사건은 400여건으로 매년 수십 건에 달하는 사건들이 발생하고 있다. 
 각자의 이유가 있었고 변명이 있었으나 영화의 시나리오가 아니면 뛰어난 상상 속의 소설의 한 부분이 아닐까 하는 이 상황들이 요즘 우리나라에서 한 사건의 챕터로 자리 매김이 가능하게끔 짧은 기간에 많이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사건들이 줄어들기는커녕 갈수록 많아지는 이유가 무엇일까 하고 생각하다 필자는 의문점이 하나 생겼다. 자식을 살해한 이들에게 대체 왜 형벌이 가벼울까?
 우리 형법상 자녀가 부모를 살해하는 존손 살해와 부모가 자녀를 살해하는 비속살해로 나뉜다. 여기서 의아했던 점은 존속살해는 가중처벌의 대상이나 비속살해는 일반 살해혐의로 넘어가 가중처벌 규정이 없다고 한다. 심지어 영아 살해부분은 사형이나 무기징역은커녕 10년 이하로 상한선이 정해져 있다고 한다.
 이에 반해 영국과 독일, 미국은 흉기 없이 이뤄진 아동학대 사망사건일지라도 살인죄가 적용되어 법정 최고형이 선고되는 것을 보면 극과극의 형태가 이뤄져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존속살해와 비속살해의 처벌이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해보았다. 존속살해의 가중처벌이 타당한 것은 유교사상의 영향이며, 비속살해의 처벌이 약한 이유는 어쩌면 자식을 부모의 소유물로 보는 경향 때문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이의 잣대로 살해의 기준선을 긋는 것은 어느 나라 법인가. 어린아이란 이유만으로 인지능력이 부족해 재판의 증인으로 증거로 목격진술로 채택되지 않고, 아이의 말이라 흘려 넘겨버리는 경우가 다수이며 어린아이니까 무시하는 것은 괜찮다고 생각하는 다수의 사람들.
 아이는 어른의 거울이라는 말이 있다. 그 아이를 보면 부모를 볼 수 있다고 했다. 우리의 아이들도 누군가의 부모가 되어 그 거울이 되어봐야 하지 않겠는가. 왜 우리는 우리의 잣대로 아이의 인생의 상한선을 마음대로 그어버리는가.
 내 아이가 첫 세상에 내딛었듯이 나 역시 10개월이란 마음의 준비가 무색하게 부모란 세상에 뚝 떨어져 버린 것 같다. 아이가 울면 함께 울었고 말을 못하는 아이가 답답하여 더 눈물이 났다. 어느새 목에 힘을 가누는 아이가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기 시작했고 뒤집기를 시도 때도 없이 하여 나의 심장을 발바닥까지 떨어뜨린다. 몸에 비해 짧은 팔로 앉기를 시도하지만 80% 부족해 인어공주자세의 달인이 되어있다. 어느새 폭풍옹알이가 ‘엄마’,‘아빠’란 마법의 단어로 나의 눈시울을 붉게 만든다. 엉금엉금 기던 내 아기는 어느새 아장아장 걷기 시작했고 잠시 한눈파는 새에 시야에서 사라지려해 애간장을 바싹바싹 마르게 한다.
 언제 클까하던 마음은 이제 좀 천천히 컸으면 하는 마음이 들기 시작했고 내 아이가 내 품에 편히 잠드는 걸 보며 나 역시 부모가 된 것에 조금씩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희망한다. 이 작은 아이가 이 큰 세상에서 좀 더 편히 살 수 있었으면, 이 나라가 내 아이를 지켜주었으면. 임신은 선택일지언정 출산 후 아이의 인생의 길이는 부모가 정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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