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얼굴을 해치고 싶거든 그 코를 자르라’ - 영국 속담인데도 실제로 이같은 고사가 전해지는 곳은 중국이다. 춘추시대 초왕이 이웃나라의 미인을 선사받았다. 뜻밖에도 투기를 하지 않고 미인을 돌보던 왕비가 어느날 미인에게 귀띔해주었다. “왕께서 네 코가 마음에 들지않는다고 하시니 왕 앞에선 코를 가려라.” 왕이 까닭을 묻자 미인은 둘러댔다.“대왕의 몸 냄새 때문이옵니다.” 미인은 코를 깎인 채 내쫓겼다나.
포항 남구 청림동 주민들이 해양폐기물 저장 탱크에서 나오는 악취를 견디다 못해 시위를 벌였다. 추석 훨씬 전 일이다. 업체를 다른 곳으로 옮기든지,본사를 이 곳에 옮겨와 고통을 같이 나눠보자고 까지 했다. 업체측도 주민들의 고통을 인정하는지 피해를 보상할 뜻을 밝혔다고 보도됐다.
현행 폐기물 처리 방식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보상을 한다 해도 악취 피해는 계속될 게 뻔하다. 중요한 것은 악취 발생 근절이지 보상 협상은 그 다음 이라는 이야기다. 현행 단속방법이 가관이다. 민원이 발생하면 현장 공기 시료를 채집해 담당자 5명이 냄새를 확인해 등급을 매기는 방식이다. 웃음도 나오고 딱하기도 하다. 주먹구구라더니 정말로 이런 판별법도 있구나 싶다. 사람코가 제아무리 예민하단들 개코를 따를 것인가.
감독기관인 포항해경이 3년 넘도록 이런 냄새맡기로 민원을 처리했으니 담당자들은 두통 증세나 일으키지는 않았는지 모르겠다. 아니 장기근무자라면 콧속 구조 자체가 달라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명절 뒤끝에 한번더 웃으라고 하는 소리가 아니다.
김용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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