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되면 릴케를 떠올리는 사람, `가을의 기도’의 한 구절을 암송해보는 이, 에밀리 디킨슨이나 에이츠 같은 서양 시인과 저들의 작품을 먼저 떠올리는 축도 많겠다. 하지만 아무래도 이 가을에는 우리 시와 시인이 좋고 그립다. 낙엽, 기러기, 별리(別離) 같은 모국어 시어들이 가을에 느끼게 되는 아쉬움, 허전함 같은 우리네 보편적 정서에 훨씬 가까이 부합되기 때문이다.
최남선이 1908년 11월 최초의 종합잡지 `소년’ 창간호에 발표한 `해에게서 소년에게’가 우리나라 현대시의 시초라고 국문학사는 기술하고 있다. 하여 현대시 역사는 올해로 100년이 되는 셈이다. 이를 기려 한국시인협회가 전 작고한 시인 중 10대 시인을 엊그제 선정했다. 김소월 한용운 서정주 정지용 백석 김수영 김춘수 이상 윤동주 박목월 시인들이다.
한결같이 이 가을에 국민들의 시적 감흥을 북돋우는 이름들이다. `시의 계절’ 이 가을에 시집 한 두 권 구해 읽는 재미도 괜찮겠고, 아마추어리즘으로 시 몇 편 만들어보는 것도 좋은 일이겠다. 마침 최초의 현대시 `해에게서 소년에게’의 주제가 우리 청소년들에게 새로운 세계에 도전하고 그런 세계를 동경하라는 계몽인 만큼 특히 우리 청소년들이 문학열정을 이 가을에 한 켜 더 쌓았으면 좋겠다. 현대시 100년에 `10대시인’ 선정을 보면서 그런 마음이 든다.
정재모/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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