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일/언론인
국제유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른 채 연일 치솟고 있다. 배럴당 90달러 선에 이르렀고 조만간 유가 100달러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하루하루 기름값 인상소식을 접하면서 기업이나 서민들의 불안은 가중되고 있다.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유가가 나라경제와 서민가계에 미치는 영향은 심대하기 때문이다.
공군조종사들이 최소한의 비행훈련 시간을 채우지 못할 정도라 하니 국방력에도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유가의 급등이 우리경제에 미치는 충격파가 과거에 비해서는 많이 완화됐다고 하지만 물가부문에서는 그 충격이 직접적이다.
내년 이후 소비자 물가의 상승 압력이 더욱 가중되리라는 점은 불을 보듯 뻔하다. 기업들은 진작부터 고유가에 대비한 대책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러나 달리 방도가 없는, 서민들에 가해지는 충격을 완화시키기 위해서는 정부가 직접 나서야 한다.
정부가 고유가 상황에서 서민가계를 위해 어느 정도의 대비책을 마련해 두고 있는지 궁금하다.
지난 19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상업거래소의 11월 인도분 텍사스 중질유 가격은 사상 최고치인 90.07달러까지 상승했었다.
유가가 비록 시간외 거래에서지만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서면서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12일 사상 최초로 80달러 선을 돌파한 후 불과 1개월여 만에 90달러의 벽을 넘었다.
더욱 어두운 소식은 연내에 100달러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미국 내의 전망들이다.
달러화 가치의 하락, 중동지역 정세의 불안, 수급의 불균형, 미국금리의 인하 가능성 등이 복잡하게 얽혀 원유가를 상승시키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문제는 유가상승을 압박하고 있는 이러한 요인들이 쉽게 또는 단숨에 제거될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유가상승은 석유제품의 가격 뿐만 아니라 유류를 생산동력으로 삼는 거의 모든 제조업과 서비스 산업의 비용 상승과 맞물린다.
한국은행은 유가가 배럴당 10% 상승하면 소비자 물가는 0.2% 포인트 오르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럴 경우 내년도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3%대가 될 것으로, 서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작지 않다.
배럴당 100달러가 될 경우는 그 충격이 심각한 수준이 될 것이다. 그런점에서 정부의 치밀한 대비책이 요구된다 할 것이다.
기업들은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운송업계를 중심으로 대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한다.
개인가계는 유류사용을 최대한 줄이는 것 말고는 달리 대책이 있을 수가 없다.
특히 서민들은 유가폭탄에 고스란히 노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주 리터 당 1555원이던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이 조만간 1600원 선을 훌쩍 뛰어넘을 것이다. 각 곳에서 그 영향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자신에 가득차 있어 많은 사람들을 어리둥절케 한다.
권오규 부총리는 유가상승 대책을 묻는 국회의원들의 질문에 물가 상승률을 감안한 에너지 상대가격이 25년 전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에 현재로서도 감당할 수 있다고 답했다. 그리고 국민의 가계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유류세 인하 요구에도 유류세는 종량세라서 원유가가 오른다고 세금이 오르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깎아줄 수 없다고 밝혔다.
기름값이 비싸면 덜 쓰면 될 것 아니냐 하는 논리로 들린다.
국민고통 분담 차원에서 폭탄적인 유류 인상가를 세금으로 흡수해줘야 서민들이 등을 펼 수 있지 않겠나 하는 이야기지 유류세가 유가 연동제냐고 물어 본 게 아니다. 이를 몰라서 하는 답변이야 아니겠지만 유가 100달러 시대에 대비한 서민대책 만은 주도 면밀하게 수립해놓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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