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사시대 인류도 자연동굴에서 겨울을 지냈다. 동굴 벽화가 그 증거다. 원시인들이 동굴생활을 접자 갖가지 신(神)들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그리스 신화에선 제우스, 디오니소스, 플루토같은 신들의 신전으로 여겼다. 로마에선 요정이나 무녀의 거처로 믿었다. 고대 페르시아 사람들은 지령(地靈) 미트라 숭배와 연관지었다.
인간은 수천년 전부터 굴을 팠다. 옛 이집트, 인도, 앗시리아, 그리스,로마, 잉카 사람들은 그 기술이 매우 뛰어났던 것으로 전해온다. 근대 터널은 화약의 발명에 힘입어 발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강밑 터널까지도 파낸 사람은 18세기 영국인 마크 브루넬이다. 그의 `실드 공법’은 좀조개에게서 힌트를 얻었다고 한다. 템즈터널로 고심하던 그의 눈에 딱딱한 선재(船材)에 구멍을 내는 좀조개가 눈에 띈 것이 실드공법 개발의 계기였다는 이야기다.
터널을 악용한 최초의 동물은 사람이다. 북한의 남침용 땅굴은 말할 것도 없고 도둑질에도 땅굴은 활용됐다. 몇년 전 미군 PX 창고 밑으로 굴을 파고 물품을 빼낸 일당이 붙잡힌 일이 있었다. 이번엔 포항에서도 고철상 땅밑으로 굴을 파들어가 차떼기로 고철을 훔쳐 판 일당이 덜미를 잡혔다.범인들은 감시카메라, 열선감지센서를 피하려고 땅굴을 팠다고 한다. 고철 도둑질의 전문가란 이야기도 되겠다. 두더쥐가 이 사실을 알면 펄펄 뛸 것만 같다.`장물 고철’의 증거물이 트럭으로 나왔으니 `인간 두더쥐’들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려 들지도 모를 일이다. 김용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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