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서 짧은 기간 공부하고 돌아온 친구의 이야기. 하루는 프랑스 여학생이 급우들을 거처로 초대했다. 별로 내키지는 않았지만 난생 처음 꽃다발까지 준비했다. 그런데 그만 화급한 일이 생겨 펑크를 내고 말았단다. 이튿날 여학생의 눈길이 세모졌을 것은 뻔한 일이다. 전화 못한 것을 후회했지만 이미 엎지러진 물이었다.
서양식 초대장엔 참석할 수 있는지 알려달라는 요청이 따른다. 이른바 RSVP다. 요즘엔 우리 초청장에도 이런 주문이 따르는 일이 많다. 합리성 있는 일이다. 그렇다고 꼬박꼬박 통보해주며 예절을 지키는 한국인이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다. 그만큼 묵살해도 좋은 초대장이 남발되고 있다는 이야기도 되겠다.
박문하 포항시의회 의장과 박승호 포항시장이 온갖 행사의 초대에 넌더리를 내는 모양이다. 10월 한달에만 박 의장은 300여곳, 박 시장은 500여곳의 초대를 받았다. 행사 주최측 속셈은 빤하다.
영어 `생큐’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이 말 앞에 `노’가 더 붙으면 뜻이 두 가지가 된다. 노와 생큐 사이에 짧게 뜸을 들여 발음해야 예절바른 응대가 된다. 어제 본보 기사의 제목 그대로다. `불러주시는 뜻은 고맙지만….’이젠 선출직들도 모질어져야 한다.표라면 사죽을 못쓰고 `코 꿰인 소’가 되어야 하는 `한국적인 너무나 한국적인’ 현상은 이제 벗어나야 한다는 이야기다. 충북 영동군수의 과감한 `노생큐 선언’이 한결 더 돋보이는 이유다. 김용언/언론인
저작권자 © 경북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북도민일보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