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욱/언론인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BBK 의혹 실체 규명을 위한 특검을 전격 수용한 것은 대선 이틀을 앞두고 던진 승부수의 성격이 짙다.
BBK 동영상 파문이 일파만파로 번지자 서둘러 진화에 나선 셈이다. 청와대가 BBK 사건 재수사 지휘권 발동 검토를 지시한 것도 압박이 됐을 것이다.
그동안 검찰 수사 결과를 근거로 이 후보의 BBK 관련설을 음해성 정치 공세로 치부해 왔던 입장에서 선회한 것은 여론의 향배와도 맞물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는 동영상에서 “BBK라는 투자 자문회사를 설립했다”면서 “이미 28.8%의 수익을 올렸다”고 했다.
이는 BBK가 김경준의 회사라는 검찰 측 발표와는 앞뒤가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
이 후보 스스로도 한나라당 후보 검증 청문회에서 “BBK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한 적이 있다.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헷갈릴 수 밖에 없게 돼 버렸다.
한나라당측은 “이 후보가 홍보차원에서 이 같은 말을 했을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그렇다 해도 의혹이 완전히 가시지 않는다.
이 후보가 왜 자신과 관계 없는 회사의 홍보를 했는지, 관계가 있다면 BBK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속시원히 밝혀야 한다.
이 후보가 뒤늦게 특검을 수용한 만큼 특검이 실효성 있게 작동될 수 있도록 하는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
여야 합의로 특검을 가동한다 해도 특검 및 특검보 임명과 수사 실무팀 구성 등의 수사 준비기간을 감안하면 내년 1월 중순이나 돼야 가능하다. 대통합민주신당이 발의한 특검제안의 특검 수사 기간은 최장 40일로 잡혀 있다. 새 대통령 취임일인 2월 25일 이전까지 매듭 짓는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 같은계획은 일사천리로 진행됐을 때의 얘기고 약간의 차질만 생겨도 수사 일정이 늦춰질 수 있다.
또 가령 이 후보가 당선됐을 경우 `예비 대통령’을 상대로 특검이 제대로 수사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적지 않다.
더욱이 대통령 취임 이후에는 기소가 어려워지는 상황이 발생한다.
우리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해 놓고 있다.
특검 무력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어차피 특검을 하기로 했다면 확실히 하는 게 옳다. 특검이 외부 압력에 휘둘리지 않고 소신껏 수사한 뒤 그 결과에 따른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각 정파가 BBK 의혹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려 하거나, 얼마 남지 않은 대선마저 정쟁 속에 방치해선 안된다.
이제는 특검 수사를 지켜보면서 차분히 그 결과를 기다리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때이다.
대선 마지막 순간까지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욕설과 주먹질을 하는 패륜 정치에 유권자들은 넌더리를 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오죽하면 BBK 동영상을 30억 원,100억 원에 팔아먹겠다는 공갈 미수범까지 등장했겠는가.
이명박 후보도 특검 수사에서 법적 하자는 물론 도덕적으로 치명적인 결함이 나올 경우를 상정한 각오를 유권자 앞에 천명하는 방안을 검토해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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