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대선으로 찢어진 국론과 지역감정 등 앙금을 해소하는 일이다. 지역색이 엷어졌다고는 하지만 호남은 여전히 한나라당에 싸늘하고 영남도 정동영 후보에게 등을 돌린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보수와 진보 간 이념 갈등도 여전히 숙제로 남았다. 이명박 당선자가 임기 내내 진심을 실어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다.
당장 시급한 것은 이명박 당선자를 둘러싼 BBK 특검, 이른바 `이명박 특검’을 어떻게 처리하느냐로 모아진다. 만약 대통합신당 등이 국회에서 일방 처리한 특검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고 노무현 대통령이 서명하면 이 당선자는 취임에 앞서 특검의 수사 대상이 된다.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다. 더구나 기소되는 사태라도 벌어지면 당선은 무효가 되고 재선거를 실시해야 한다.
선거가 끝난 현시점에서 왜 특검이 발의 됐나부터 따져봐야 한다. 그건 전적으로 대선을 위한 범여권의 전략에 의해 출발했다. 사기꾼 김경준을 이용해 유력주자를 흠집 내고 선거판을 뒤집자는 의도였다. 참여정부 검찰에 의해, 검사 12명이 투입돼 샅샅이 뒤져내 BBK는 김경준에 의한 사기극임이 만천하에 드러났지만 이를 의도적으로 부인했기 때문이다.
김경준 사기극은 그가 투표 전날 국민에게 보낸 편지에서 자백했다. 김경준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 검사가 자신을 회유했다는 자신의 메모 내용을 전면 부인하고 담당 검사에게 사과한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신당 변호사를 통해 외부에 유출된 김경준의 “검찰이 이명박을 무서워해요”라는 내용의 메모는 가짜라는 결론이다. 또 다른 정치공작의 냄새가 난다. 신당은 김경준의 메모를 공개한 직후부터 “한국 검찰이 이명박을 무서워해요”라며 대대적인 공세를 취했고, 특검으로 몰고 갔다. 공영방송과 좌파 언론, 인터넷 매체가 기다렸다는 듯 여기에 동조했다. 그러나 그 결과가 무엇인가. 50%에 육박하는 지지율로 이명박 후보를 당선시킨 것이다. 특검이고 뭐고 정치공작에 넌더리를 낸 국민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김경준은 국민들에게 “소동을 일으킨데 대해 사과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이걸로 끝낼 일이 아니다. 꼭 특검을 해야 한다면 BBK뿐만 아니라 `김경준 기획입국’의혹을 반드시 수사해야 한다. 김 씨를 정치적으로 선거에 이용하기 위해 귀국을 종용한 흔적이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김경준 귀국의 배후는 반드시 규명돼야 한다. 뿐만 아니라 김경준 메모의 허위 여부와 그 유출 경위도 수사 대상이다. 김대업 식 정치공작을 뿌리 뽑기 위해서는 김경준 사기극과 정치공작의 근원을 색출해야 한다.
이렇게 볼 때 우리는 이명박 특검이 무의미하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이미 검찰이 철저히 수사했고, 김경준이 대국민 사과를 한 마당에 BBK로 더 이상 시끄럽게 할 이유가 없다고 보는 것이다. 동시에 국민들의 축복 속에 취임과 출범을 준비해야 할 이명박 차기 대통령과 다음 정부를 위해서도 특검이라는 걸림돌은 제거돼야 마땅하다.
노 대통령은 어제 이명박 당선자에게 전화로 당선을 축하했다. 두 사람은 청와대에서 만나기로 했다. 이 자리에서는 단순한 상견례가 아니라 특검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미 있는 의견교환이 있어야겠다. 이 당선자로서도 특검에 의해 혐의가 완전히 벗겨지면 개운하겠지만 차기 정부 구성을 위해서도 시간과 정력 낭비는 불필요하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선거에서 참패한 통합신당이 자기들 손으로 통과시킨 특검법안의 철회를 선언하는 길이다. 그나마 국민들에게 용서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있다면 그게 유일한 길이다. 선거 기간 내내 김경준 사기극에 목숨 걸고 사기꾼을 영웅 대접함으로써 국민과 자라나는 청소년들을 오도한 책임을 조금이나마 더는 길은 그것뿐이다. 신당 정동영 후보는 김경준을 “엘리트”라고 칭송하는 만용을 부리지 않았는가. 이제라도 머리를 숙이고 특검을 포기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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