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신당의 `이명박 특검’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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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와 신당의 `이명박 특검’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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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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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윤환/언론인
 
 청와대와 대통합민주신당이 딜레마에 빠졌다. 대선 직전 밀어붙인 BBK 특검, 이른바 `이명박 특검’ 때문이다. 사기꾼 김경준만 믿고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낙선시키기 위해 특검법안을 단독 처리했지만 선거 결과가 `이명박 압승’으로 나오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끙끙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청와대와 신당은 특검을 발동해야 한다고 우기고 있다. 절차로 보면 26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하고, 노무현 대통령이 서명하면 특검은 발동된다. 이어 대한변협에 특검 후보 추천을 의뢰하고 추천이 오면 노 대통령은 그 가운데 한 명을 특검으로 임명하게 된다. 특검은 그로부터 30일 최장 40일 동안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를 대상으로 BBK 의혹을 수사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이 당선자는 대통령 취임 직전까지 특검 수사 대상이다.
 이 당선자가 특검 수사를 안받겠다고 한 바 없다. 선거 직전 BBK 동영상이 나오자 특검을 자진해서 수용한 터에 특검을 거부할 위치는 아니다. 다만 “특검 결과 무관함이 드러나면 특검을 주장한 사람들은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다만 한나라당만 노 대통령에게 “특검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라”고 촉구할 뿐이다. 차기 대통령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도 물러나는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게 도리라는 것이다.
 절차만으로 보면 신당과 청와대가 특검을 뒤집기는 어렵다. BBK와 김경준을 앞세워 이명박 후보를 `범죄자’ 취급해 온 입장에서 특검을 포기하면 자기 얼굴에 침을 뱉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특검을 밀고 가자니 특검 이후가 더 두렵다. 이미 검찰이 12명의 검사를 투입해 BBK 의혹을 샅샅이 파헤쳤다. `BBK는 김경준의 단독 사기극’이라는 게 그 결론이다. 특검이 나서봐야 그 이상의 결과를 얻기는 불가능하다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뿐만 아니라 특검의 빌미를 제공한 김경준 자신이 꽁무니를 빼고 있기도 하다. 그는 대선 하루 전날 영문편지를 공개하고 “검찰이 (이명박 후보를 무관하다고 진술하라고) 회유했다”는 내용의 이른바 `김경준 메모’ 자체를 부인하고 검찰에 사과했다. 김경준 메모는 신당측 변호인이 김씨를 면회하고 외부로 빼돌린 것이다. 신당은 이 메모를 근거로 “대한민국 검찰이 이명박 후보를 무서워해요”라고 대대적으로 떠벌이며 이명박 특검과 검찰 탄핵을 밀어붙였다. 결과적으로 특검과 탄핵의 사유가 원천무효가 되어버린 것이다. 신당은 닭 쫓던 X가 되고만 꼴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검찰은 조작된 김경준 메모가 작성된 경위와 누가 빼돌렸는지를 수사하고 있다. 신당의 변호사 출신 현역 의원을 지목하고 있는 눈치다. 또 김경준의 귀국 배후도 수사 중인 분위기다. 김경준이 선거 직전 갑자기 귀국한 배경에 권력이 작용했다는 의심은 끊임없이 나왔다. 그걸 수사하고 있다는 얘기다. 어떤 경우에도 신당이 무사하기는 어렵게 됐다. 대선 참패보다 더 무서운건 범여권이 사기꾼 김경준 배후세력으로 낙인 찍히는 것이다. 청와대와 범여권의 고민이 여기 있다.
 특검이 발동됐다고 치자. 그래서 검찰 수사결과 이상의 것을 내놓지 못했을 경우를 보자. 특검이 끝나자마자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하고 한 달여만에 18대 총선이 치러진다. 신당은 궤멸적 참패의 수렁으로 굴러떨어질지 모른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이후 실시된 17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국민들로부터 탄핵 당해 원내 제1당 자리를 잃은 것 이상의 참담한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한나라당은 그때 구원투수인 박근혜 대표가 있었지만 신당에는 아무 것도 없다.
 한나라당이 4월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려면 이명박 특검을 발동하라고 촉구해야 한다는 역설이 성립한다. 노 대통령과 신당이 특검을 포기할까를 걱정해야한다는 얘기다. 특히 신당 안에서 특검을 철회하자는 주장이 일기 시작했다. 이렇게 가면 한나라당에 개헌선(국회의석의 3분의2)을 내줄 가능성이 짙다고 위기의식을 드러내고 있다. 특검을 강행할 경우 신당에서 살아남을 곳은 호남 일부에 불과하고 수도권에서조차 한자리 수의 의석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는 위기의식이다. 그러나 아직 이런 목소리는 대세가 아니다. 아직도 `특검’을 입에 달고 다니는 세력이 다수다. 끓는 물은 수증기가 많지 않다. 직접 살에 닿아봐야 뜨거운지 알게 된다. 청와대와 신당이 이명박 특검을 어떻게 처리할지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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