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를 보면 먹물이 떠오른다.영국의 D.헬 박사가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했다. 실험실 수조의 오징어를 잡으려하자 오징어가 갑자기 검게 변색되더라는 것이다. 이 검은 덩어리는 물이었고 잡으려던 오징어는 다른 쪽에서 유유히 헤엄치고 있더라나. 헬 박사가 잡은 검은 덩어리는 오징어와 모양이 꼭 닮아있더란 이야기다. 오징어의 연막은 5초 사이에 바닷물 5.5ℓ를 검게 물들일 수 있다고 한다.
오징어의 또 다른 특징은 많은 다리다. 우리가 흔히 다리라고 부르지만 실제로는 팔이라고 한다. 그 가운데 유난히 긴 다리 2개는 촉완(觸腕)이다. 먹이를 잡고, 마음에 드는 암컷을 `내 것’으로 만드는 데도 쓴다. 물론 방어용 무기 노릇도 한다. 이 촉완은 보통 다른 팔의 2배 정도인데 길이가 50㎝나 되는 것도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 것은 전문가들에게 맡겨놓고 우리는 몰라도 되는 잡학(雜學) 상식이다.그러나 반드시 알고 경계해야 할 것은 트롤어선과 채낚기 어선의 `짝자꿍이 조업’이다.채낚기어선은 잠깐 집어등만 비춰주면 위판액의 20%를 받을 수 있다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돈벌이 방법이다.이런 싹쓸이로 3년 동안 100억원이나 되는 떼돈을 벌어들인 선주·선장 64명이 무더기로 덜미를 잡혔다고 보도됐다.포항 해경에 걸려든 어선 34척 가운데 채낚기 어선은 8척이다.
이 불법 공조 어업은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다.해마다 되풀이 되는 고질(痼疾)이다.그런데도 뿌리 뽑지 못하는 까닭은 무엇인가.솜방망이 처벌 탓인가.아니면 먹물을 오징어로 잘못 알고 헛손질하게 하는 연막 탓인가. 올곧게 살아가는 영세 어민들은 오늘도 윤선도의 어부사시사를 읊조린다.“내일이 또 없으랴 봄밤이 몇덧 새리/낚대로 막대삼고 시비(柴扉)를 찾아보자/두어라 어부 생애는 이렁구러 지내노라.” 김용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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