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은 나이를 안 먹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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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은 나이를 안 먹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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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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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 이상득 국회부의장 공천이 확정됐다. “나이(73)가 많다” “영남출신 다선(5선)이다” “이명박 대통령 친형 아니냐”는 온갖 설왕설래 끝에 한나라당 포항 남-울릉 국회의원 총선 후보로 낙점 받은 것이다. 당사자는 물론 공천 논란을 지켜본 포항 유권자들을 위해 참 다행스럽다. 그러나 `노령’을 빌미삼아 공천을 주느니 못 주느니 갈팡질팡한 과정이 우리들을 슬프게 한다.
 한나라당 공천심사위가 내세운 것은 `개혁 공천’이다. 기준은 65세 이상, 3선 이상 공천 제외다. 부정-비리에 연루된 인사는 공천신청조차 받지 않았으니 한마디로 `늙은이’를 제거하겠다는 얘기다. 그러나 우리나라 국민들의 평균수명은 1973년 63.1세에서  2000년 75.9세로, 지금은 77세로 늘어났다. 따라서 한나라당을 `노인 없는 정당’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다른 말로 `경륜 없는 한나라당’이다.
 임기 중인 제17대 국회  열린우리당 다선의원은 10명 안팎에 불과하지만 초선은 108명이다. 이들이 4년 내내 벌여온 `아수라장’을 돌이켜 보면 답이 나온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역풍을 타고 국회에 입성한 `탄돌이’들은 주로 30대다. 이들은 툭하면 단상으로 의장석으로 몸을 날리며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국가보안법 폐지에 목을 매고, 이라크 파병을 반대했다. 입법부 권위는 실추됐고 국민들에 의해 “최악의 헌법기관”으로 낙인찍혔다. 이들을 뒷받침한 것은 386들이다. 그들 역시 40대 초반이다. 한나라당 공천심사위가 그린 `젊은 한나라당’이라는 그림이 바로 이것인가?
 미국과 일본에서는 다선의원이 존경 받는다.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이 8선이고, 일본 오자와 중의원 역시 13선이다. 누구도 그들에게 `나이’를 이유로 물러가라 하지 않는다. 한나라당의 `노인 제거’ 의도는 능력 없는 젊은 정치지망생들의 `밥그릇 타령’에 불과하다.
 뿐만 아니라 이 부의장은 `대통령 친형’이라는 이유로 한때 경원 당했다. 그러나 이 부의장은 이명박 대통령이 정계에 진출하기 훨씬 전인 80년대 중반 제13대 국회의원이었다. 이 대통령 당선과 무관하게 정치영역을 구축해왔다는 얘기다. 그런데 동생이 대통령에 취임했으니 “형은 공직을 맡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형이 국회부의장이니 동생은 대통령에 취임해서는 안된다”는 말은 왜 안나오는가. 코웃음만 나온다.
 역대 대통령 가족들의 처신을 살펴보자. 노 전 대통령 재임 중 친형 건평 씨는 봉하마을에서 소일해왔다. 그에게 대우건설 남상국 사장이 고급 양주와 돈을 싸갖고 방문했다. 돈은 돌려줬다지만, 노 대통령은 이런 사실을 만천하에 까발려 남 사장은 수치심을 못이겨 한강에 몸을 던졌다. 김대중 대통령 때 차남 홍업 씨는 무직자였다. 그런 그가 수십억  원의 검은 돈을 받아 감옥에 갔다. 김영삼 대통령 아들 현철 씨는 어땠는가. 이들 모두 그늘 속에서, 장막 뒤에서 권세를 휘둘렀다. 만약 이들이 공직을 맡아 언론과 여론의 감시 하에 있었다면 나아지지 않았을까?
 이 부의장이 공직을 맡는 데 따른 순기능도 외면하면 안된다. 한나라당은 이명박-박근혜 경선으로 두 조각 나있다. 또 민주당은 대선 패배로 매우 전투적으로 변했다. 막후에서 이를 조정하고 해결할 원로가 필요하다. 이 부의장은 한나라당 경선 갈등을 훌륭히 조정했고, 장관 후보자 국회인준 과정에서도 조정역을 했다. 이 부의장은 또 한·일 의원외교의 선봉이다. 국회의원 출마를 고사할 경우 모셔 와도 모자랄 판이다.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7%를 넘은지 오래다. 2018년에는 노인 비율이 14%이상인 고령사회로 접어든다. 세상을 향해 “어른을 공경하라”는 충고는 할 생각이 없다. 그러나 “당신들은 나이를 안 먹을 줄 아느냐”는 말은 꼭 해주고 싶다. 이상득 부의장 때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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