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곡물 파동 원인과 대책
복거일/소설가
음식 값이 많이 올랐다. 보통 시민들이 늘 먹는 자장면, 라면, 칼국수와 같은 음식 값이 두드러지게 올라 이번 음식 값 상승은 심리적 영향이 상당히 컸다. 음식 값 상승의 직접적 요인은 세계 곡물 시장에서 밀 값이 가파르게 오른 것이다. 국제연합(UN)의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밀 값은 지난해보다 80 % 넘게 올랐고, 옥수수 값은 25 % 가량 올랐다. 세계 곡물 재고가 1982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으로 줄어들었으므로 전망도 어둡다.
곡물 값이 오른 데는, 기후 불순으로 인한 수확 감소를 포함해서, 여러 요인들이 작용했다. 그러나 직접적 요인은 연료로 쓰이는 에타놀 제조에 곡물이 쓰인 것이다. 미국의 경우, 2006년에 수확된 옥수수의 14%가 에타놀 제조에 쓰였고 2010년에는 30%에 이르리라 예측된다. 게다가 곡물 원가의 상당 부분은 비료, 농약, 농기계의 연료, 전기와 같은 석유 제품들의 값이 차지한다.
이런 사정은 곡물 값의 상승이 석유 값의 상승과 직접 연결되었을 뿐 아니라 원자재 값의 빠른 상승이라는 전반적 패턴의 한 부분임을 우리에게 일러준다. 원자재 값 상승은 근본적으로 주요 개발도상국들의 빠른 경제 성장이 수요를 크게 늘린 데서 나왔다. 특히 중국의 늘어난 수요가 결정적 요인임은 잘 알려졌다. 원자재 수요는 꾸준히 늘어날 것이다. 자연으로부터 채취할 수 있는 원자재 양은 본질적으로 제한되었으므로, 늘어난 수요는 값의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경제 성장은 사람들의 경제 활동 결과다. 끊임없이 보다 나은 삶을 추구하므로, 경제 성장은 이어지고 개인 소득은 늘어난다. 필연적으로, 개인이 쓰는 원자재와 에너지 양은 늘어난다. 쓸 수 있는 원자재와 에너지는 제한되었고, 제한이 없다 하더라도, 늘어난 소비는 가격을 상승시킨다. 따라서 유일한 해결책은 인구 감소다.
안타깝게도, 이 일은 무척 어렵다. 생식이 생명체의 본질적 특질이고 생식의 욕구가 워낙 강력하므로, 인구 감소 정책은 실행하기가 어렵다. 인구에서 노인 계층이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나는 현상을 걱정하는 목소리와 인구를 국력과 결부시키는 민족주의적 태도는 그런 어려움을 키운다.
다른 한편으로는, 원자재와 에너지 부족을 누그러뜨리는 요인들도 있다. 시장의 가격 기구는 자동 안정장치(stabilizer)로 작용한다. 원자재 값 상승은 경기 후퇴를 부르고, 경기 후퇴는 원자재에 대한 수요를 줄여서 값을 낮춘다. 값이 오르면, 반대 쪽으로 작용한다.
둘째, 시장은 새로운 조건에 맞게 반응해서 공급을 늘릴 것이다. 원자재 값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공급이 늘어난다. 이전까지 경제성이 없던 광산들과 농지들이 생산에 다시 참여하게 되고 갖가지 대체재들이 나오고 비싼 자원들을 쓰는 공정 대신 비교적 싼 자원들을 쓰는 공정이 발명된다.
원자재 값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공급이 늘어난다. 이전까지 경제성이 없던 광산들과 농지들이 생산에 다시 참여하게 되고 갖가지 대체재들이 나오고 비싼 자원들을 쓰는 공정 대신 비교적 싼 자원들을 쓰는 공정이 발명된다.
셋째, 중국, 인도, 브라질, 러시아 같은 개발도상국들이 경제적으로 발전해서 점차 원숙해지면서, 경제 성장률도 차츰 내려갈 것이다. 당연히, 원자재 시장에 대한 충격도 줄어들 것이다.
넷째, 원자재와 에너지를 덜 쓰는 기술들이 끊임없이 나올 터이다. 이런 현상은 지금 비효율적 기술들을 많이 쓰는 개발도상국에서 특히 두드러진 효과를 낼 것이다.
인류는 자원 부족과 높은 가격으로 불편과 어려움을 겪겠지만 경제적 파국을 맞지는 않을 것이다. 곡물 분야도 그러할 것이다. 비만을 세계적 문제로 만들었을 만큼 식량 값이 낮았던 시절이 지나갈 수도 있고, 곡물의 효율적 이용을 위해 고기 소비가 억제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그러나 굶주림의 시대가 갑자기 올 리는 없다.
그렇지만 세계적 식량부족과 원유가 상승은 인류에게 엄중한 경고다. 식량이 남아도는 나라에선 `비만과의 전쟁’이 벌어지고, 사회적 체면 때문에 `경차’아닌 `중형차’ 이상을 타야만 만족하는 세태에 대한 강력한 경고다. 다른 나라 아닌 대한민국이 그렇다. <www.cf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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