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가 멋있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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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가 멋있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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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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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나라도 없을 것이다. 어디 한 군데 빼놓기 어려운 수려한 자연경관과 눈부신 태양, 거기에 어우러지는 문화유산, 패션 감각이 세계 최고라는 멋진 이탈리아 사람들과 명품, 음식과 와인, 카푸치노가 전 세계인들을 이탈리아로 끌어들인다. 카톨릭의 본산이기도 하다. 그런데 막상 이탈리아 정치는 혼란과 부패로 엉망이다. 혁명이 안 일어나는 것이 이상하다고 한다. 희대의 인물 베를루스코니가 세 번이나 총리를 지냈고 지금 총리도 무려 60번째 총리다.

정치가 뒤죽박죽이다 보니 큰 사업도 오락가락한다. 시칠리아대교 프로젝트가 좋은 예다. 이탈리아반도 끝자락과 시칠리아 사이의 메시나해협은 가장 좁은 곳의 간격이 3km 밖에 안되는데 다리가 있다면 자동차로 4분 거리다. 페리는 40분 걸린다. 이 때문에 로마 시대부터 다리 구상이 자주 제시되었다. 워낙 가깝고 손닿을 듯해서 로마인들은 배를 나란히 엮어서 두 곳을 이을 생각도 했다. 19세기에는 해저 터널 구상도 있었다.

1990년대에 드디어 현수교 건설 계획이 나왔다. 그러나 프로디 정부는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 2009년에 베를루스코니 정부가 경기부양책의 일부로 다리 건설을 재추진하기로 했다. 예산도 배정했다. 2013년에 몬티 정부가 폐기했다. 그러다가 2023년 3월에 멜로니 정부가 계획을 부활시켰다. 업체 선정도 완료되었다. 이제 드디어 추진될 모양이다. 다리가 결국 완성된다면 튀르키예의 1915차나칼레대교보다 더 긴 지구상 최장의 현수교가 된다.

아직 반대가 만만치 않다. 우선 지진 위험이다. 이탈리아 반도와 시칠리아는 각기 다른 지각판에 속하고 메시나해협이 그 경계선이다. 또 이탈리아 정부가 과연 재정을 부담할 수 있는가. 그리고 다리를 지을 돈이면 낙후된 시칠리아와 로마 남쪽의 인프라를 개선하고도 남는다. 대규모 건설사업에 수반될 부패 문제도 우려되고 마피아가 손을 뻗칠 가능성도 있다. 이탈리아에서 이제 마피아가 사라졌다고 생각하면 오해다. 덜 폭력적이고 세련된 사업조직이 되었다.

이탈리아가 페라리, 마세라티, 부가티 등 유독 스포츠카에 강한 이유도 정치에서 찾는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낙후된 정치와 규제로 가득한 사회에서 살면서 특유의 열정을 발산할 대상으로 축구와 함께 자동차의 스피드를 선택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카레이싱, 다음에는 자동차 제작이다. 자동차는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자유의 상징이다. 남녀 불문하고 자기가 실력 있는 운전자라고 생각하는 스피드광들로 도로가 가득 차 있다. 이 국민을 만족시키기 위해 여러 회사에서 여러 모델을 만들었고 시장이 유지되었다.

필자가 취리히에 있는 회사에서 일할 때 밀라노 부근에 있는 공장에 종종 내려갔는데 기차를 타고 밀라노역에 내리면 공장장이 BMW를 몰고 픽업을 나왔다. 약 40분 거리의 로디라는 곳까지 갔다. 공장장은 이미 60이 넘은 레나토라는 이름의 사람이었는데 고속도로에서 과속을 일삼았다. 사실 부인의 건강 때문에 이탈리아 북부 루가노호수 인근 바레세에 살면서 매일 출퇴근하는 사정이 있었다. 그래서 과속이 몸에 배었다. 분명 속도제한 130 표지가 고속도로 곳곳에 있었고 필자가 그 표지를 가리키면 “우리 이탈리아에서 저 표지는 30분에 130이라는 뜻이요”하고 킬킬거리면서 계속 달렸다.

필자가 아는 모든 이탈리아 사람은 레나토처럼 자기 나라의 문제에 대한 유머 감각이 있다. 또 이탈리아 사람들은 선하고 이웃과 이방인에게 매우 친절하다. 문제가 생기면 바로 달려와 준다. 필자의 외국인 제자들 중에 십수년이 지나고도 아직 연락이 오는 제자들이 이탈리아 친구들이다. 음악을 좋아하는 것은 덤이다. 바로 그 때문에 이탈리아라는 나라의 매력이 지속되는지도 모르겠다.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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