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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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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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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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뉴스에서 매일같이 듣는 말이 있다. 바로 탄핵이라는 단어다. 왠지 어감부터 무거운 느낌을 준다. 탄핵의 사전적 의미는 죄상을 물어 책망한다는 뜻이다. 법률적으로는 파면 절차에 의해 파면이 곤란하거나 소추가 곤란한 대통령, 국무 위원, 법관 등을 국회에서 소추하여 해임하거나 처벌하는 그런 제도이다. 사실상 탄핵은 헌법수호를 위한 마지막 수단이다. 죄를 지은 게 분명한데 물러나지 않고 버티면 강제로 쫓아낼 수밖에 없다. 그럴 때 국민의 대표인 입법기관에서 국민의 뜻을 대신해 엄중한 절차적 과정을 거쳐 이를 대신한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고도의 전문성과 도덕성을 갖춘 헌재로부터 탄핵에 대한 타당성 판결을 거쳐 마무리된다.

국가지도자가 탄핵으로 쫓겨난 사례는 외국에서도 매우 드물다. 미국에서는 트럼프를 포함해 3번의 탄핵이 하원에서 가결되었지만 실제로 해임되지는 않았다. 일부 남미국가나 브라질에서 대통령이 탄핵당하여 물러난 적은 있지만, 아시아에서는 2001년 인도네시아 와히드 대통령이 유일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아시아에서 우리나라 제18대 박근혜 대통령이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탄핵당한 대통령이 되었다. 지금은 모두 밝혀졌지만, 그 당시 온갖 가짜뉴스가 난무했고 언론마저 부화뇌동하여 선동적인 보도로 맹렬한 국민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그 기세에 눌려 어느 누구도 박 대통령의 편에 서려 하지 않았다. 그리고 헌재 판결로 탄핵이 확정된 이후, 대한민국 보수는 지독한 암흑기를 맞이했다.

옳고 그름, 거짓과 진실 따위는 필요하지 않았다. 보수는 무조건 적폐고 적폐는 청산되어야 한다는 의식이 팽배했다. 밖에 나가면 보수라는 이념적 색채를 드러내기가 두려웠다. 그랬다가 괜히 시대에 뒤떨어진 고루한 꼰대로 취급받기 일쑤였으니까. 부끄럽지만 필자 또한 그랬었다. 탄핵 이후, 짧은 대통령 대행체제를 지나 19대 대선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사회적 분위기로 보아 대선은 하나 마나였다. 대통령은 민주당이 따놓은 당상이나 다름없었다. 예상대로 민주당은 큰 차이로 정권을 움켜쥐었다.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자 대대적인 적폐 몰이 수사가 시작되었다. 전직 대통령 2명을 비롯해 장 차관급 인사 200여 명이 구속되었으며 1,000명이 넘는 사람이 수사를 받았다. 보수의 씨를 말리려는 듯했다. 그리고 정치와 정권 속으로 586 운동권 인사들이 급속하게 대거 유입되었다. 언론사나 공기업에도 좌 편향 인사들이 모조리 요직을 점거했다. 안보, 경제, 교육, 문화, 역사관 등 모든 분야에서도 대변혁이 일어났다.

문제는 이념적 치세에 있었다. 예를 들어 경제는 경제 논리대로 풀어야 하는데 경제에 이념을 갖다 붙였다. 다른 모든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공과를 따지지 않고 과거 정권이 이룩한 업적을 모조리 지우려 했다. 경제성을 조작해가면서까지 탈원전에 목을 맸고, 막대한 국가 예산으로 건설하여 기능을 잘하고 있는 멀쩡한 4대강 보를 허물려 했다. 종북·종중, 반일·반미로 왠지 안보도 불안했다. 일부에서 흘러나오는 보수의 반발은 찻잔 속의 태풍에 불과할 따름이었다. 연이은 지방선거와 총선에서도 보수세력이 연전연패하자 이해찬은 20년 30년 집권하여 다시는 보수가 활개 치지 못하도록 하겠노라고 호언장담했다. 보수는 완전히 불구가 된듯했다.

그 달콤한 추억 때문일까? 오만한 행태로 인해 정권이 뒤집히자 민주당은 걸핏하면 탄핵카드를 꺼내 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지 몇 개월도 지나지 않아 탄핵이란 말이 흘러나왔고, 얼마나 지나지 않아 행안부 장관을 탄핵했다. 요즘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취임한 지 3개월도 되지 않은 방통위원장, 이재명 대표의 수사를 담당하는 이름도 처음 들어본 검사까지 탄핵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야당이 탄핵하겠다고 벼르는 인사들이 탄핵을 당할 만큼의 중대한 법 위반 사실이 있는 것도 아니다. 표면적으로 이런저런 이유를 내세우지만, 실상은 그 때문이 아니란 걸 국민들은 알고 있다. 그저 미우니까, 당 대표를 수사하니까, 자신들에게 유리한 보도를 해주는 편향된 언론을 바로 잡으려 하니까, 부딪힐 때마다 여지없이 나가떨어지게 만드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죽도록 미우니까 탄핵하겠다는 것이다.

저런 자들이 만든 법으로 우리가 낸 세금을 쓰고, 자식을 군대에 보내고, 감옥에 보내고, 각종 법과 규칙의 지배에 강제되어야 한다는 것에 대해 환멸을 느낄 지경이다. 그리고 저들이 국민이라는 말을 입에 담을 때마다 분노가 치민다. 저런 저급한 자들의 국민이기를 거부하기 때문이다. 이제 22대 총선이 몇 개월 남지 않았다. 선거는 선출된 타인에게 내 운명의 결정권을 맡기는 행위이다. 그래서 투표가 중요한 것이다. 22대 총선에서는 부디 현명한 선택을 하시기 바란다. 이철우 시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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