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개혁은 역대 정권의 과제였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농협 개혁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농민을 위한 농협이 아니라, `정치꾼의 앞마당’이 됐기 때문이었다.
세종증권 인수 비리 사건도 뿌리 깊은 적폐의 단면에 불과하다. 1988년 중앙회장 직선제가 도입된 이후 선출된 3명의 민선 회장 모두 비리와 연루돼 사법 처리됐다.
이명박 대통령이 “농민들은 다 죽어 가는데 정치한다고 왔다갔다 하면서 이권에 개입하고 있다”고 강하게 질타한 것도 이런 연유다.
국가청렴위가 566개 공공기관을 조사한 결과, 농협이 비리 1위로 평가됐다. 또 2006년부터 올해 8월까지 금품수수 등으로 징계 받은 농협 직원은 460명에 달했다.
농협을 `비리백화점’이라고 부르는 까닭이다. 이뿐 아니다. 마치 금융 재벌이라도 된 것처럼 증권, 로또 등 무차별적으로 신용사업을 벌였다. 중앙회 임직원 70%가 신용부문에 몰려 있고 공공예금 등 땅 짚고 헤엄치기 영업으로 금융기관 규모 4위로 덩치를 키웠다. 그런데도 정작 농협의 주인인 농민들은 담보가 있어도 돈을 빌리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돈벌이에 매달려 농민 지원은 뒷전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문어발식 사업 확장은 멈출 줄 모른다. 골프장, 여행사, 프로야구단까지 인수 대상으로 삼을 정도다. 무소불위의 인사권을 행사하는 중앙회장에 대한 견제·감시 장치는 찾아보기 어렵다. 총체적 비리는 예고되어 있었던 것이다.
정부는 연내 농협 개혁안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최원병 회장은 “회장이 개혁에 걸림돌이 된다면 회장부터 개혁하겠다”고 했다. 개혁의 첫 단추는 회장 권한 축소와 독립적 감시기능의 확립이어야 한다. 투명한 경영이 부도덕한 경영을 막는 길이다. 280조 원을 다루는 신용부문이 금융당국의 감독에서 벗어나 있는 것도 잘못됐다. 29개 계열사 중 농협 설립 취지와 어긋나는 곳은 과감히 구조조정해야 한다. 농협이 환골탈태하려면 근원적 대수술이 불가피하다. 전 국민과 특히 농민은 이번 농협 개혁을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정부는 명심 또 명심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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