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학에 있고 한국 대학엔 없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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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학에 있고 한국 대학엔 없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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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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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는 미국 교수.정치판 기웃거리는 한국 교수 
박 광 주 (부산대 교수)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서도 모자라 대학원까지 진학한 사람들 중에는 대학교수가 되는 것을 최종적인 목표로 삼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미국에서 대학교수가 되는 것은 사회적 명성이나 금전적 보상 그 어느 면에서도 매력적이지 않다. 한국 대학교수처럼 사회적 지위가 높아 언론의 단골 출연자가 되기도 어렵고, 각종 위원회나 이사회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는 것도 쉽지 않으며, 정치판이나 관계에 기회를 잡아 화려하게 진출하는 것도 꿈꿀 수 없다. 기독교 국가라 결혼식은 성직자들 주례가 일반적이어서  그 흔한 주례를 설 일도 없다. 그럼에도 대학교수가 되려는 사람들은 미국 사회에도 넘쳐흐른다.
 미국 교수사회에는 “논문을 써내지 못하면 망한다”는 말이 불문율이다. 제대로 된 논문을 발표하고 제대로 평가를 받아야만 교수직도 유지되고 봉급도 제대로 받을 수 있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제대로 된 논문을 발표한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오죽하면 미국 교수들을 일컬어 “뒤통수만 보이는 인간”이라 하겠는가. 책상머리에 앉아 연구에 전념하지 않고서는 제대로 된 논문을 만들어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엄격한 심사를 자랑하는 학술지에 글을 싣는 다는 것은 뼈를 깎는 고통을 수반한다. 세계적 학문 중심지인 미국에서 남의 나라 논문을 적당히 짜깁기하거나, 철 지난 주제를 되풀이 하거나, 이미 알려진 논문들을 적당히 베끼거나, 남이 대필한 논문에 자기 이름을 얹거나, 자신의 옛 논문을 변조하여 재탕 삼탕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켜보는 눈이 많아서 그 같은 파렴치한 행위는 밝혀지기 때문이고 그 결과는 교수 사회로부터의 퇴출을 의미한다.
 한국대학에서도 교수업적평가가 자리 잡긴 했지만, 남의 나라 논문을 짜깁기하는 것부터 자신의 옛 논문 재탕 삼탕에 이르기까지 파렴치한 논문이 지금도 여기저기서 만들어지고 있다. 한국학술진흥재단 이라는 국가 공인기관이 인증하는 학술지가 우후죽순처럼 증대하면서 외견상 교수업적평가가 자리 잡은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창피하기 짝이 없는 일이 버젓이 저질러지는 것이 한국의 대학사회이다.
 한국 대학교수는 “뒤통수만 보이는” 인간들일 필요가 없다. 오히려 대학 바깥 여기저기에 얼굴을 내미는 사람들 일수록 대중성을 획득하고, 정계로, 또는 각종 위원회나 이사회로 진출해 남다르게 풍족한 생활을 누릴 수 있는 관건이 되고 있다. 논문은 적당히 요령껏 발표하면 되니 논문을 써내지 못해 망할 일 도 없다.
 미국 대학사회에서 교수 직분 수행은 힘들다. 학자의 길을 삶의 목표로 삼고자하는 사람들이 흘러넘치니 교수직을 얻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미국에서 교수가 되는 것은 한국에 비하면 엄청 쉽다. 실력보다 연줄이나 정실, 금력에 의해 교수가 되는 관행이 없어지지 않는 한국 대학 사회에서 교수가 된다는 것은 대학에 자리 잡은 사람들의 자의적 판단에 의존해야 하는 만큼 매우 불확실성이 높다.
 미국에서는 실력을 갖추기만 한다면 인종이나 국적에 불문하고 교수가 될 수 있다. 교수 채용 심사에서 고려대상은 오로지 실력을 바탕으로 한 경쟁력이다. 실력만 있다면 조교수로부터 시작하는 승진계단을 바로 뛰어 넘어 정교수로 발탁될 수도 있고, 아이비리그 출신이 아니더라도 학위 논문만 우수하면 명문대학 교수가 될 수 있으며, 심지어 학위 논문을 집필 중이더라도 논문의 가치가 우수하다고 인정될 경우엔 이미 학위를 취득한 지원자를 제치고 교수로 채용될 수도 있다.
 미국교수들의 봉급 역시 개인 경쟁력에 따라 매겨진다. 우리처럼 직급별로 일률적으로 봉급이 주어지지 않는다. 나이만 들면 자동적으로 차 상위 직급으로 승급하고 봉급도 높아지는 시스템이 아니다. 해마다 높아지는 봉급액도 사람마다 다르다. 직급이나 호봉이 아니라 전년도에 이룬 각자의 학문적 성과(학자로서, 선생으로서, 그리고 사회에 대한 봉사자로서)에 따라 어떤 사람은 1000달러  인상에 그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1만 달러가  인상되기도  한다. 이러니 뒤통수만 보인 채 논문을 써내지 않을 수 없다. 대학 바깥에서 여기 저기 얼굴을 내며 나돌아 다닐 여유가 없다.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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