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은 더욱 심술궂어 보였다. 경북도민 나무심기 행사가 열린 영천 고경면 도암리 가까운 상덕리에서 산불이 난 것이다. 나무심기 행사에서 소나무,잣나무, 산벚나무를 모두 1만그루 가량 심었다는데 상덕리 산불은 6시간만에 겨우 잡았다. 피해면적은 6.5㏊나 됐다. 산불이 일어난 곳마다 바람까지 드셌다.
이효석의 `산불’을 보면 책상 앞에 앉아 있어도 불기운이 느껴진다. “ 불은 산등에서 산등으로 들러붙어 골짜기로 타내려갔다. 화기가 확확 튀어 가까이 갈 수가 없었다. 후끈 후끈 무더웠다. 나무뿌리가 탁탁 튀여 땅이 쨍쨍 울렸다. 민출한 자작나무는 가지가지에 불이 피어올라 한 포기의 산호수같은 불나무로 변하였다.”
이 뜨거운 불기운을 제대로 감지하지 못한 곳은 포항시 북구청이었다. 흥해리 남성리 야산 하나가 홀랑 타버리고 날 때까지 산불이 일어난 사실조차도 알지 못하고 있다가 허둥지둥 뒷북을 쳤다. 그야말로 책상머리 행정이 된 꼴이다. 일이 꼬이느라고 울진에선 강풍까지 불어 주민들을 괴롭혔다. 초속 12.7m. 순간 풍속 22.3m. 돌풍에 그쳤지만 위력만 따지면 태풍급이다. 이때문에 전신주가 4개나 쓰러져 울진 후포면 후포3리(실배마을) 일대는 그야말로 불 꺼진 마을이 되고 말았다.
“하늘이 내리는 재난은 피해야 되고 스스로 초래한 재난은 피하지 말라.” 맹자의 말씀이다. 바람부는 날 논두렁에서 쓰레기 태우기가 이런 경우일 것이다. 바람 타고 날아간 불티가 온 산을 잿더미로 만들었다니까. 김용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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