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바늘구멍으로 세상을 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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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바늘구멍으로 세상을 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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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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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사진작가 류경선
 
“카메라는 도구일 뿐, 창조적 정신이 중요”
 
  노출 1~3시간 되는 원시적 핀홀카메라 고수
  1t 트럭에 국내 최초·최대 규모 카메라 제작

 
 
 노출시간이 125분의 1초에서 최고 8000분의 1초인 최첨단 디지털카메라를 거부하고 1∼3시간이 되는 `핀홀(Pinhole·바늘구멍)카메라’를 고수하는 사진작가가 있다. 그는 0.5㎜의 바늘구멍으로 전국의 바다를 품었다.
 지난달 28일 `차향이 있는 작은 음악회’와 함께 화려하게 막을 내린 초대 사진전 `바다! 그 기억을 그리다’ 사진전의 주인공 류경선(65·중앙대 사진학과 명예교수·사진)씨를 포항문화회관 1층 전시실에서 만났다.
 류 교수는 1965년 월남전쟁 때 군 사진병으로 시작해 1988년 서울올림픽과 1993년 대전엑스포 등 굵직한 국가 행사에 참여하며 점차 사진작가로서의 활동 범위를 넓혀나갔다.
 그는 작은 바늘 구멍으로 넓은 바다를 담았다.
 “고향인 인천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자랐습니다. 그래서 바다는 나의 우정이고 사랑이며 꿈이지요. 깊은 곳에 잠재돼 있던 바다를 60 중반, 교수생활 40년을 마감하면서 드러내고 놓고 싶은 유혹을 받았습다”
 
류경선 作
 
 가장 원시적이고 더딘 핀홀 카메라로 찍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는 “빠르고 새로운 것만을 추구하는 우리 사회에 대한 반성이자 자아성찰입니다. 핀홀카메라는 일반 광학렌즈를 이용한 사진보다 초점이 또렷하지 못한 대신 분위기가 부드럽고 다소 몽환적인 색감을 주는 것에 매료됐습니다. 또 사진 주변부가 다소 어두워 초점에 시선이 집중돼 사진에 대한 인상이 오래가는 것도 놓칠 수 없는 이유이지요”
 그는 1t 차량 화물칸에 가로 4m10㎝, 세로 2m40㎝, 폭 1m80㎝인 철제 박스를 장착, `카메라 옵스큐라(어두운 상자)’를 만들고 한 면에 0.5㎜의 구멍을 뚫었다. 자동차 핀홀카메라로는 국내 최초이자 가장 큰 규모인 것.
 작은 상자 크기의 핀홀카메라 대신 이렇게 큰 핀홀카메라를 사용하는 것은 20인치 필름을 쓸 수 있어 사진이 크고 따라서 피사체 모습을 가능한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특히 바늘구멍이 클수록 노출시간이 줄어들어 그만큼 작품 시간도 절약할 수 있는데도 굳이 0.5㎜의 바늘구멍을 고수하는 것은 초점에 대한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구멍으로 들어온 피사체가 카메라 상자안 반대쪽 벽에 거꾸로 맺히는 것으로 카메라의 원리 그대로다.
 차량으로 바닷가 이동, 차량(카메라) 고정 및 구도 확정, 노출(1∼3시간), 인화 등의 절차를 밟아야 1개의 작품이 나온다.
 “앞으로도 트럭을 타고 다니며 더 많은 작품을 핀홀 카메라에 담을 것입니다. 나무와 인체의 아름다움을 담을 계획입니다.”
 끝으로 류 교수는 사진 작가 지망생들에게 조언했다.
 “필카든 디카든 바늘 구멍이든 그것은 단지 도구일 뿐입니다. 중요한 것은 당신의 창조적인 정신입니다.”
 /이부용기자 queen1231@h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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