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야꾸도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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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야꾸도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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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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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23년 9월 1일. 그해의 이날은 일본인들이 `니야꾸도카’라고 부르는 바로 그날이었다. 입춘일로부터 210일이 되는 이날을 일본인들은 불길한 날로 여겨 전통적으로 싫어했다. 오전11시 58분. 일본 도쿄를 중심으로 관동지방 일대에 아비규환이 벌어졌다. 땅이 흔들리고 집이 무너지고 건물마다 불길이 번졌다. 이른바 관동대진재(關東大震災)였다. 지진이 흔한 일본에서도 역사상 가장 큰 지진이었다. 사망자 22만1208명, 행방불명 7만2601명, 중상자 1125명, 가옥소실 29만455호, 파손가옥 3만6천158호….
 자연이 인간을 이토록 처참하게 타격할 수 있다는 걸 생생히 보여준 재앙이었다. 우리가 `금세기 최대의 재앙’으로 불렀던 금년 1월의 아이티지진도 그 사망자 수가 10만 명 안팎으로 이것에는 크게 못 미쳤다. 관동대지진은 한국역사에도 한스러운 사건이다. 당시 일본인들은 `조센징들이 약탈과 방화를 일삼는다’는 유언비어를 퍼뜨리며 자경단이란 걸 만들어 한국인을 보이는 족족 무차별 학살했던 것이다. 그때 약 6천여 명이 희생되었다.    
 올해는 2월4일이 입춘이었으니 오늘이 꼭 210일째 되는 `니야꾸도카’다. 일본인들이 이날을 불길한 날로 여기는 건 경험칙이다. 북태평양에서 만들어져 아시아 동부로 불어오는 여름태풍 중 바로 이날을 전후에 올라오는 게 가장 많은 것이다. 가장 더운 때에 데워진 바닷물이 태풍으로 활발하게 발달하는 시기가 이 즈음인 까닭이다. 일제하에서 세월을 보낸 어른들이 `니야꾸도카’라고 하면 바로 입춘 후 210일 경에 불어오는 태풍과 동의어로 인식하고 있는 게 바로 이 때문이다. 태풍 곤파스가 일본을 거쳐 우리나라 서해안으로 올라와서는 어제낮  동쪽으로 빠져나갔다. 날짜로 보아 아마도 `니야꾸도카’일 거다. 올해 `니야꾸도카’는 서해안과 중부지방에 큰 피해를 남겼지만 우리고장인 반도 동남부엔 피해를 주지 않고 지나갔다. 아직도 두세 개의 태풍이 올라올 것으로 보인다는데, 지난해도 그랬고 재작년도 그랬듯 올해도 크게 피해주는 태풍 없이 이번 곤파스로 때우고 올 여름 마무리했으면 좋겠다.
 정재모/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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