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인간을 이토록 처참하게 타격할 수 있다는 걸 생생히 보여준 재앙이었다. 우리가 `금세기 최대의 재앙’으로 불렀던 금년 1월의 아이티지진도 그 사망자 수가 10만 명 안팎으로 이것에는 크게 못 미쳤다. 관동대지진은 한국역사에도 한스러운 사건이다. 당시 일본인들은 `조센징들이 약탈과 방화를 일삼는다’는 유언비어를 퍼뜨리며 자경단이란 걸 만들어 한국인을 보이는 족족 무차별 학살했던 것이다. 그때 약 6천여 명이 희생되었다.
올해는 2월4일이 입춘이었으니 오늘이 꼭 210일째 되는 `니야꾸도카’다. 일본인들이 이날을 불길한 날로 여기는 건 경험칙이다. 북태평양에서 만들어져 아시아 동부로 불어오는 여름태풍 중 바로 이날을 전후에 올라오는 게 가장 많은 것이다. 가장 더운 때에 데워진 바닷물이 태풍으로 활발하게 발달하는 시기가 이 즈음인 까닭이다. 일제하에서 세월을 보낸 어른들이 `니야꾸도카’라고 하면 바로 입춘 후 210일 경에 불어오는 태풍과 동의어로 인식하고 있는 게 바로 이 때문이다. 태풍 곤파스가 일본을 거쳐 우리나라 서해안으로 올라와서는 어제낮 동쪽으로 빠져나갔다. 날짜로 보아 아마도 `니야꾸도카’일 거다. 올해 `니야꾸도카’는 서해안과 중부지방에 큰 피해를 남겼지만 우리고장인 반도 동남부엔 피해를 주지 않고 지나갔다. 아직도 두세 개의 태풍이 올라올 것으로 보인다는데, 지난해도 그랬고 재작년도 그랬듯 올해도 크게 피해주는 태풍 없이 이번 곤파스로 때우고 올 여름 마무리했으면 좋겠다.
정재모/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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