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욕을 바가지로 얻어먹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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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욕을 바가지로 얻어먹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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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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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윤 환 (언론인)
 
 
 이명박 대통령이 김황식 감사원장을 국무총리 후보로 지명하자 민주당은 매우 `호의적’인 논평을 신속히 내놨다. 조영택 민주당 대변인은 “지역간 불균형 인사와 영남 독식인사를 해소하는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고 밝혔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소신있고 업무 파악 능력이 상당히 빠르더라”고 평했다. 아예 박 대표는 14일 오전 11시30분부터 30분가량 국회에서 박 대표와 단독 만남을 가졌다. 이 대통령이 인사만 했다하면 물어뜯고 `철저한 검증`을 벼르던 모습과는 딴판이다. 이 때문에 김 감사원장이 호남(전남)이어서 “민주당 팔이 안으로 굽는 것이냐?”라는 반응이 나왔다.
 그러나 17일 민주당이 표변했다. 박 원내대표가 “김 후보자에 대한 검증을 `매섭게’ 해나갈 것”이라고 한 것이다. 그는 “일부에서 `호남 출신이기 때문에 민주당이 호감을 갖고 있는 것 아닌가’하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민주당과 박 원내대표는 “아차” 했을 것이다. “호남은 역시 못말린다” “호남이라면 검증도 면제냐”라는 비웃음이 국민정서에 파고들기 시작한 걸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좌파 언론매체 역시 민주당과 같은 태도다.
 과연 김황식 후보자가 민주당의 호평처럼 “주요 공직을 거치면서 상당한 검증이 이뤄진 인물”일까? 대답은 “아니다”다. 그의 병역기피 의혹은 심각하다. 그가 총리로 취임하면 이 나라는 대통령에서부터 국무총리 국정원장 등 권력핵심과 집권당인 한나라당 대표까지 모두 병역미필자로 채워진다. 천안함 당시 국방장관 한사람 빼고 군미필자들이 `비상대책회의’를 소집한 꼴불견을 떠올리고 싶지도 않다.
 김 후보자는 72년 6월 부동시(不同視)라는 안과의사가 아니면 알지 못할 이유로 병역 면제 됐다. 두 눈의 시력 차이가 나는 현상으로 김 후보자의 경우 두 눈의 굴절 각도가 5디옵터 이상 차이가 나서 면제기준(2디옵터 이상)을 충족시켰다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그러나 김 후보자는 그에 앞서 4차례나 징병검사를 연기했다. `부동시’가 고질병이었다면 징병검사를 서둘러 받아 병역을 면제받는 게 상식이다. 더구나 그는 고등학교 시절 농구반 활동을 할 정도로 체력이 왕성했다고 한다. 농구는 공중에 매달린 지름 30cm 가량의 링에 공을 던져 넣는 경기다. 좌우 눈이 짝짝이가 농구를 했다니 놀랍다.
 서울대학교 법학과를 다니던 1968~69년 대학생 신분으로 징병 처분을 연기 받았다. 1970년 서울대를 졸업했는데 그해에도 불분명한 사유로 징병 연기 처분을 받았다. 그러다 1971년에는 갑상선기능항진이라는 병으로 무종 판정을 받았다. 갑상선 이상으로 호르몬이 과다 분비돼 쉽게 피곤을 느끼고 눈이 튀어나오는 등의 증상이다. 김 후보자는 이듬해 3월 14회 사법고시에 합격하는데, 어쨌든 71년 판정으로 시험공부를 더 할 수 있는 시간을 벌게 된 셈이다.
 문제는 김 후보자의 병을 치료한 사람이 바로 그의 친형이었다는 점이다. 김 후보자에 유리한 진단을 내릴 수 있는 직계가족 병원에서 치료받은 것이다. 결국 그는 사법고시에 합격한 뒤 받은 법관 채용 신검(1972년 6월)에서는 갑상선기능항진이 아닌 부동시로 병역면제 판정을 받았다. 부동시 때문에 병역을 면제받은 그는 72년 신검 당시에는 병역 이행에 어려움이 없는 시력(나안 좌 0.2, 우 0.1, 교정시력 좌우 모두 0.5) 판정을 받았다. 김 후보자는 여러 차례 총리직을 제의받았다. 그러나 김 후보자 스스로 `병역문제’ 때문에 이를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왜 이번엔 그 제의를 수락했는지 의아하다. 청와대는 그가 `호남’출신이기 때문에 청문회를 통과할 것으로 믿었는지 모른다. 그럴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이 검증을 벼르지만 솜방망이에 그칠지 모르기 때문이다. 보수논객 조갑제씨 주장처럼 “대통령·국무총리는 남자의 경우 군 복무자가 아니면 앉을 수 없도록 헌법 개정이라고 해야 하는가”라고 개탄이 절로 나온다. 앞서 낙마한 김태호 후보자는 적어도 병역기피 의혹은 없다. 감히 말하건대 김태호와 김황식 사이에서 총리를 고르라면 단연 김태호다. 병역의무를 이행했다는 것은 다른 결점을 덮고도 남음이 있다. 그래야 최소한 생니를 뽑아 병역을 기피하는 풍조는 없어지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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