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개흥정의 한 방법이 요즘 신문에 자주 오르내리는 `밭떼기’다. 국어사전을 보면 “밭작물,흔히 채소류에 대하여 산지에서 일정한 밭의 산물 전체를 모개로 거래하는 흥정”이라고 풀이돼있다. 경작 면적이 넒지않은 `밭뙈기’정도로는 `밭떼기’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적어도 `차떼기’는 할 수 있을 만큼 산물이 나와야 할 테니까. `차떼기’라고 하면 으레 떠오르는 현역 정치인이 있어 탈이긴 하지만….
포항 죽장면 상옥 들녘은 요즘 김장 배추가 녹색 카펫을 깔아놓은 듯 풍요로움이 느껴지는 곳이다. 이곳 22㏊ 농토에 66농가가 배추농사를 짓고 있다. 농민들의 정성어린 보살핌 속에 상옥 들녘의 배춧속이 알차게 들어찰 채비를 하고 있다.그러나 배춧속과는 달리 농민들의 가슴 속은 텅비어 가고 있다. 이미 밭떼기로 넘긴 배추밭을 보면 억장이 무너져서다.배춧값이 치솟아 `금배추’가 돼버린 세상인데 푼돈을 받고 모개로 넘겨버렸으니 그럴 밖에 없겠다. 어제아침 경북도민일보는 한 농민의 말을 옮겼다.“속을 태우다 못해 서울상인에게 전화를 걸어 배춧값이 좋으니 웃돈을 좀 얹어달라고 했다가 욕만 먹었지 뭐요.”돈 많은 서울 중간상에게 통사정을 했다가 면박만 당한 농민의 손가락끝에선 담배가 타들어가고 있었다. 소비자는 호되게 비싼 배추를 먹어야 하고 땀흘린 농민은 헐값에 내놓은 밭떼기에 울화통이 터진다. 배가 터지는 사람은 돈을 갈퀴질하는 중간상뿐이다. 김용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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