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억원 도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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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억원 도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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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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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 중국 후한의  선비 장해(張楷)는 환관들의 손바닥 안에 놀아나는 조정을 싫어했다. 때문에 임금 순제(順帝)가 부르는데도 병을 핑계삼아 화음산(華陰山)에 숨어 살았다. 장해는 도술에도 능통해 달갑지 않은 사람이 찾아오면 사방 5리를 안개로 덮어 자신을 숨겼다. 오리무중(五里霧中)이란 말의 유래다. 그 무렵 3리에 안개를 피울 수 있던 배우(裵優)란 사람은 `5리 기술’을 배우려 했으나  장해가 안개 속에 숨어버려 뜻을 이루지 못했다고 한다.
 과학으로 설명하면 구름이나 안개나 다를 게 없다. 구름이 지면 가까이 아주 낮게 떠있으면 안개다. 구름과 안개를 이루는 물방울의 지름은 1/100㎜ 정도다. 공기 1㎤에 수십~수백가 떠있다. 많으면 1천개 쯤 되기도 한다. 이쯤되면 바로 눈앞도 보이지 않는다. 장해의 안개가 이랬을까?
 포항 남구 해도동 가정집에서 현금 4억원이 증발한지도 벌써 보름이나 됐다. 경찰은 범인찾기에 힘을 쏟아오고 있지만 범인은 오리무중이다. 그야말로 하늘로 솟았는지 땅속으로 숨어버렸는지 알 길이 없다. 경찰은 현장주변 CCTV를 분석해 용의자로 남성 2명을 공개수배했다. 자고로 공개수배망을 벗어난 범인이 없고 보면 수사에 큰 도움이 될 것 같기도 하다.
 도둑맞은 현금과 귀금속은 보통사람이 평생 벌어도 만져보기 힘든 돈이다. 이처럼 큰돈을 가정집에 보관하다가 대낮에 도둑맞았으니 누구나 관심과 흥미를 갖게하는 사건이다. 그러니 경찰의 마음은 더 조급할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최근 경찰의 인사이동이 수사의 발목을 잡는 원인이란 소리도 들린다. 포항남부서 수사과장을 비롯해 9명이 자리를 옮겨 수사가 더디다고 한다. 그저 핑계 삼기 위한 변명만은 아닐 것 같기도 하다. 이런 허방까지 짚어가며 대낮털이를 감행했다면 그들은 
 분명 똑똑한 도둑이란 소리를 들을지도 모르겠다.  김용언/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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