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이한 것은 도봉(盜蜂)이다. 남의 벌통에서 꿀을 훔쳐내는 도둑벌이다. 작은 날개로 날아다니면서 이꽃 저꽃에서 꿀을 따오는 꿀벌의 부지런함은 사람도 본받아야 할 덕목이다. 이렇듯 꽃에서 꿀을 따 모으는 게 꿀벌사회의 규칙이다. 이를 어기고 있으니 도둑벌이란 이름을 들어도 할말이 없게 마련이다.
사람이라고 해서 다를 게 없다. 가을걷이철을 맞아 횡행하는 농산물도둑들이 그 범주에 든다. 이 도둑들은 작물의 품종을 가리지 않는다. 밭작물,과일, 쌀에 이르기까지 닥치는대로다. 도둑 수법도 점점 대담해져 간다. 논밭에서 통째로 싹쓸이하고, 정미소에서 찧어놓은 쌀포대까지 실어간다. 안동의 한 경찰관 가족은 말려놓은 고추 100여근을 도둑맞았다고 한다. 범의 콧털이라도 뽑아갈 판이다. 이제는 지게차까지 동원하고 있다니 간이 배밖으로 나온 농산물도둑들이랄 수밖에 없다.
따지고보면 농산물도둑은 올해에만 툭 튀어나온 사회현상은 아니다. 해마다 이맘때면 되풀이되는 일종의 고질이다. 농산물 도둑이 더욱 고약하게 생각되는 이유가 있다. 젊은이들이 도회지로 떠난 시골 농토를 지키며 어르신들이 힘겹게 지어놓은 농산물털이어서다. 도둑들은 뙤약볕 아래 구슬땀 흘려가며 뽑고 돌아서면 돋아나다시피하는 풀 한 포기라도 뽑아본 일이 있는 사람들인지 물어보고 싶은 마음까지 들 지경이다. `늙기도 서러우실 텐데 짐까지 지시느냐’는 옛 시조가 있다. 이런 공경심은 바라지도 않지만 농산물 도둑이야말로 악질이고, 얌체라는 생각은 좀처럼 지워지지 않는다.
김용언 / 언론인
저작권자 © 경북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북도민일보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