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광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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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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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소평(鄧小平:1904-1997)이 백묘흑묘(白猫黑猫)론으로 전 세계 인구에 회자된 것이 80년대다. 오랜 정치적 부침 끝에 화국봉(華國鋒)과의 권력투쟁을 거쳐 1981년 중국 실권을 잡은 뒤 `부국의 길이 공산주의면 어떻고 자본주의면 어떠냐.’는 논리를 들고 나온 것이 곧 등의 흑묘백묘론이다. 이것이 현대 중국이 시장경제를 수용하는 경제정책 기조였다면, 그 무렵 등소평의 외교정책의 기조는 `도광양회(韜光養晦)’다.
도광양회는 빛을 감추어 바깥에 비치지 않도록 한 뒤 어둠 속에서 은밀히 힘을 기른다는 뜻. 약자가 모욕을 견디고 힘을 키워나가는 경우를 지칭할 때 인용된다. 소설 삼국지에서 유비가 조조의 식객 노릇을 할 때 몸을 낮추고 어리석은 것처럼 보이게 하여 경계심을 풀도록 만들었던 계책이다.
중국은 49년 공화국 출범 후 `기미(羈?)정책’을 외교정책의 근간으로 삼아왔다. 기미는 굴레를 씌워 얽맨다는 뜻으로 주변국을 세력 범위 안에 묶어두고 통제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근대화가 늦은 중국은 인공(人共) 수립 이후 국제사회에서 행사할 힘이 없었다. 이에 등소평이 기미정책의 실현을 위해 경제력 같은 국력을 축적할 때까지 침묵하면서 강대국 눈치를 살피고 전술적으로 협력하자는 외교정책이 바로 도광양회 정책인 것이다.   
그로부터 25년, 중국은 이미 도광양회 정책을 버렸다. 경제력도 외교력도 힘이 커져 그걸 안고 있을 필요가 없어진 거다. 주변국 일에 적극적으로 끼어들어 중재도 하고 영향력도 행사하겠다는 이른바 유소작위(有所作爲) 정책에까지 왔다. 엊그제 OECD는 중국의 연구·개발(R&D) 투자가 올해 1360억 달러로 세계 2위 일본을 제쳤다고 보았다. 그만큼 중국은 꿈을 달성했다. 흑묘백묘든 도광양회든 정치지도자들의 말은 그것을 모토로 하여 무엇을 이루어내는 것이 중국이다. 우리나라 정치 지도자들의 현학적인 말솜씨들은 무엇을 남겼는가.

정재모/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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