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미곶 바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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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미곶 바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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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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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가지는 오래 전부터 살림도구로 쓸모가 많았다. 요즘은 플라스틱 바가지에게 밀려난 느낌이지만 언어생활 속에도 굳건하게 자리잡았다. 예컨대 `바가지를 쓰다’가 그 하나다.  바가지를 머리에 뒤집어쓰고 전쟁놀이를 하는 골목대장을 떠올려도 되겠지만 그 뜻은 살벌하다. 사전엔 `거래에서 부당하게 손해보거나 일의 책임을 혼자 진다’고 풀이돼있다.용례도  옮겨본다. “양주를 파는 집에 가서 일찍 취하면 술도 제대로 못마시고 잔뜩 바가지만 쓰고 나오기 십상이다. ” 그러고 보니 술값을 미리 달라고 해 손님들이 신용카드를 내놓으면 멋대로 돈을 찾아내 6천만원 넘게 챙겼다는 술집여주인 사건이 생각난다.
 바가지를 씌우는 곳은 술집만이 아니다. `호미곶 한민족 해맞이축전’을 앞두고 지역 숙박업소에 예약 신청이 물밀듯한다는 소식이다. 때문에 요즘 숙박업소는 대목 분위기라고 한다. 평소엔 2인실이 3~5만원인데도 15만원을 부르는 게 예사인 모양이다. 4인이상 가족이 묵을만한 방은 20만원을 훌쩍 넘는다고 한다. 그야말로 부르는 게 값이다. “싫으면 딴 데가서 알아보셔” 할테니 울며겨자먹기로 알면서도 바가지를 쓸 수밖에 없다.
 바가지의 논리는 딱 한 가지다. `한철장사’라는 얘기다. 해맞이 행사는 1년에 하루뿐이고, 피서철도 한번뿐이란 식이다. 업자들도 바가지요금임을 인정한단다.그러면서도 “평소에 못채우는 것을 생각하면 크게 남는 것도 없다”고 한다나 보다. 무슨 소린가. 1년에 하루뿐이 아닌 날이 어디에 있다고. 오늘은 어제의 내일이고, 내일은 모레의 어제라고도 한다는데. 세월은 영속성을 갖고 있다.
 분명한 것은 한번 바가지를 쓴 곳은 두번 다시 찾지 않는다는 점이다. 앞으로 포항이 KTX와 연결되면 당일치기가 성행할지도 모른다. 밤차 타고 찾아와 호미곶 떡국 얻어먹고 되돌아가면 바가지 쓸 일도 없게된다. 그때 가서 “ 아! 옛날이여”를 되뇌어 본들이다.  김용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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