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색한 금수회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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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색한 금수회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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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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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 사람들은 말하는 것을 보면 낱낱이 효자 같으되, 실상 하는 행실을 보면 주색잡기에 빠져 부모의 뜻을 어기며, 형제간에 재물로 다투어 부모의 마음을 상케 하며, 제 한 몸만 생각하고 부모가 주리되 돌아보지 아니하고, 여편네는 주제넘은 마음이 생겨서…. 인류사회에 효도 없어짐이 지금 세상보다 더 심함이 없도다.’
 1908년 안국선이 우화형식의 시사토론체로 쓴 신소설 `금수회의록’ 중 까마귀가 연설한 반포지효의 일부분이다. 씹은 먹이를 되뱉어 부모를 봉양한다는 저 까마귀 족속이 자기들만도 못한 인간들의 사람답지 않은 불효행실을 신랄하게 고발하는 대목인데 마치 100년 후를 내다보고 적은 것처럼 2007년 오늘의 망가져가는 인륜의 사회상을 말하고 있다.
 대구서부경찰서가 지난 10일 구속한 한 30대는 보일러 기름이 없다는 이유로 아버지와 어머니를 때려 경찰서에 불려가서는 경찰들이 보는 앞에서조차도 아버지의 두개골이 골절되도록 두들겨팼다고 한다. 어떤 사내는 성관계를 거부한다는 이유로 상습적으로 아내를 때려 아내가 집을 나가자 여자 찾겠다고 사촌 처남을 청부폭행한 혐의로 같은 날 구속되었다. 50대의 한 주부는 내연의 남자가 헤어지자고 하는 데 앙심을 품고 흉기로 정부를 찔러놓고는 자기 남편의 범행이라고 뒤집어 씌우다 수갑을 찼다.
 이처럼 추악한 세상일들이 우리네 인간사회 신문 사회면에 수시로 오른다. 금수회의록에는 나오지 않는 이야기지만 보험금 거머쥐겠다고 부모가 자식을 살해하는 일도 잊을만하면 발생한다. 부산고법은 그저께 보험금을 노려 친딸을 독살한 혐의의 한 여인이 낸 항소심을 기각하고 원심대로 무기징역을 유지했다. 금수회의록이 무색한 일들이 지금 우리 사회엔 계속되고 있는 중이다. 21세기판 금수회의라도 열려야할 판이다.
 정재모/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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