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국무총리 후보로 지명된 지 6일 만인 지난 28일 전격 자진사퇴한 안대희 후보자는 8년 전인 2006년 대법관 후보자로 국회 인사청문회에 섰을 당시 2억7300만원의 재산을 신고하면서 청렴한 법조인으로 칭송받았다. 당시 여당인 민주당은 안 후보자를 청빈(淸貧) 법관의 상징처럼 떠받들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새누리당 대선 후보로 안 전 대법관을 정치개혁위원장에 기용한 것도 그의 청렴성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그는 박 대선 후보가 한광옥 전 민주당 대표를 국민통합위원장으로 임명하자 “비리 전력의 인물을 기용하는 데 반대한다”고 반기를 들기도 했다. 중수부장 시절 노무현 대통령 측근과 한나라당 `차떼기’를 수사하면서 한광옥 씨가 나라종금에서 뇌물을 받은 것을 밝혀내 사법처리한 당사자로서 박 후보의 인사에 저항한 것이다.
그 안대희가 `청렴’과 `청빈’과 전혀 상반되는 `전관예우’때문에 국무총리 후보에서 낙마하고 말았다. “국무총리 후보로 지명된 이후 전관예우를 비롯한 여러 가지 의혹들로 국민 여러분을 실망시켜 죄송하다”는 게 그의 고별 기자회견이다. 안 후보는 “저를 믿고 국무총리 후보로 지명한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이제는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평범한 한 시민으로 돌아가 조용히 지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국민검사’로 칭송받았던 안대희가 공직과의 인연을 사실상 끊은 것이다.
안 후보자는 “제가 국민 여러분께 약속한 부분은 성실하게 이행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전관예우 논란이 일자 “제가 번 돈의 3분의 1을 기부했지만 변호사 활동 이후 1년여 동안 늘어난 재산 11억여원도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어 모두 사회에 환원하기로 했다”는 약속을 총리 후보 사퇴에도 지키겠다는 것이다.
특히 안대희 후보자는 세월호 참사를 몰고온 `관피아’ 척결의 대업(大業)을 수행하는 임무가 주어졌다. 공직에 몸담았다는 이유 하나로 퇴임후 유관 민간단체나 협회에 들어가 업자들의 불법을 눈감아 주고 돈을 챙긴 `관피아’를 뿌리 뽑아야 할 국무총리가 바로 그러한 `전관예우’ 속에서 거액을 벌어들였다면 총리로 내정될 수 없는 일이다. 안 후보자의 `낙마’는 전적으로 본인이 자초한 불행이다.
안대희 후보자의 실패는 공직진출을 노리는 인사들에게 큰 교훈이 될 수밖에 없다. 공직을 마친 뒤 `전관예우’ 속에 돈을 긁어 모으는 데 만족할 것인지, 아니면 더 큰 꿈을 위해 전관예우를 포기할 것이냐를 선택해야하는 풍토가 조성됐기 때문이다. 전관예우로 돈도 벌고, 공직에 진출해 명예도 갖겠다는 무모함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 분위기다. `청빈검사’로 칭송받던 안대희 후보자가 20억원 안팎의 변호사 수임료 때문에 낙마한 것은 능력보다 `양심’과 `도덕성’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준 것이다.
안 후보자가 국무총리 후보자를 사퇴하면서 “변호사 활동으로 얻은 수익에서 이미 기부한 4억7000만원을 뺀 나머지 총 11억여원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방법으로 기부할 것”이라고 밝힌 것은 그나마 안 후보자다운 선택이다. 평생 재산 신고 `꼴찌’를 도맡아온 그가 대법관 퇴임 1년 여동안 갑자기 거액을 챙긴 것도 그답지 않지만, 그렇게 벌어들인 돈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약속을 지키는 것은 더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5년 동안 변호사로 60억원을 벌어들인 이용훈 전 대법관, 2년 동안 22억원을 챙긴 박시환 전 대법관 등이 그 돈의 일부만이라도 사회에 기부한 사실이 없는 것과 비교하면 안 후보자는 그나마 양심적이다. 이제 안대희 같은 공직후보자가 두 번 다시 나오지 않기 바란다. 전관예우로 돈을 번 공직후보자가 있다면 서둘러 사회에 환원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아니면 전관예우로 챙긴 돈으로 살찐 배를 두드리며 살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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