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사람들 삶·일상 문제 ‘산책자 시선’으로 바라보다
  • 이경관기자
평범한 사람들 삶·일상 문제 ‘산책자 시선’으로 바라보다
  • 이경관기자
  • 승인 2015.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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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터전서 일상 터벅터벅 살아가는 사람들 이야기

 

세상물정의 사회학
노명우 지음 l 사계절 l 308쪽 l 1만6800원

[경북도민일보 = 이경관기자] 내가 속한 곳의 풍경을 돌아보며 사색하는 것. 산책은 인간에게 최고의 유희다. 박태원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에서 구보씨도, 김연수의 ‘산책하는 이들의 다섯 가지 즐거움’의 화자도 산책의 즐거움을 아는 인물들이다.
 ‘산책자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회학자가 있다. 노명우 교수.
 노 교수의 ‘세상물정의 사회학’은 세속을 살아가는 사회학자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일상의 문제를 바라본다.
 “이 책은 한 사회학자의 세상 경험에 대한 자전적 기록이자, 자기도 모르는 채 세속의 사회학자였던 세상 사람들의 경험이 하나로 묶이는 공간이다.”(8쪽)
 학문이 현실과 동떨어졌을 때 그 학문은 사상되고 만다. 그러나 학문이 현실에 접목돼 하나의 문제를 해결해 낸다면 그 학문이 아무리 오래됐다 할지라도 살아있다고 할 수 있다.
 노 교수는 이 책의 원고의 팔 할은 삶의 현장에서 이뤄졌다고 밝혔다. 삶의 터전에서 일상을 터벅터벅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래서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사람들은 우리와 닮았다.
 이 책에는 상식, 명품, 프랜차이즈, 불안, 종교, 이웃, 성공, 취미, 자살, 인정 등 세상물정의 다양한 이야기로 이어지며 화려하고도 음울한 세속의 파도가 물결친다.
 “명품이라는 훈장은 내가 성공했음을, 내가 돈이 있음을 전하는 메시지다. 자본주의의 경쟁에서 완전히 밀려난 사람들은 자본주의의 훈장 따위에 아예 관심도 없다. 하지만 한쪽 발은 성공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다른 한쪽 발은 욕심을 충족시켜 줄만한 돈을 갖고 있지 않다는 현실을 딛고 있는 중산층이 가장 가련하다. 중산층은 럭셔리 유행을 따라 하기에는 돈이 너무나 부족하고, 유행과 거리를 두기에는 자본주의의 훈장이 너무도 탐이 난다.”(39쪽)

 1부에서는 상식, 명품, 프랜차이즈, 해외여행, 기억, 불안 등의 키워드를 통해 우리가 서 있는 세속의 리얼리티를 그린다.
 자본의 지배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거부할 수 없는 소유욕 앞에서 한없이 무너진다. 자본이 모든 가치의 중심이 됐을 때, 인간은 소외되고 수많은 사회문제가 발생한다. 저자는 다양한 키워드로 이러한 사회문제와 사회현상에 대해 관찰한다.
 프랜차이즈는 현실 자본주의의 대표적인 예다. 저자는 ‘조지 리처’의 ‘맥도날드 그리고 맥도날드화’를 통해 넘쳐나는 프랜차이즈의 문제점을 이야기한다.
 2부에서는 이웃, 성공, 명예, 취미, 섹스, 자살 등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적인 문제, 그 평범성에 대해 고민한다.
 저자에 따르면 사랑과 성욕은 휘발적이다. 현실에서 사랑의 종착지는 결혼 즉, ‘가족’으로 귀결된다. 사랑이 식은 부부는 더 이상 잠자리를 하지 않고, 그들은 섹스리스 부부가 된다. 간통죄도 폐지된 마당에 부부관계는 더 이상 존속해야할 명분을 잃었다.
 3부는 노동, 인정, 개인, 성숙, 죽음 등 좋은 삶을 열망하기 위해 필요한 공격과 방어기술에 대해 이야기한다.
 “나의 불행의 근원이 모두 기구한 팔자 때문이라고 믿게 만드는 환등상의 불을 끄고 그 어둠 속에서 세속의 리얼리티와 마주칠 때 그리고 ‘콜드 팩트’를 찾아낼 때 우리는 비로소 힐링의 대상은 나의 마음이 아니라 각자가 살고 있는 사회임을 깨닫게 된다. ‘세상물정의 사회학’은 죄가 없는 개인들이 죄가 많은 사회에게 불만을 말하는 애처로운 시도이다. 모두가 리얼리티에서 눈을 돌리고 위안을 찾기 위해 위안의 노래만을 듣는 시대에 사회학자는 ‘콜드 팩트’를 혼자 부르고 있다. 그 외로운 노래가 합창이 될 때, 상처받은 사회는 비로소 자기 치유의 길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266쪽)
 세상을, 인파 속을 걷는다. 가만히 존재하는 것들이 당신에게 말은 건다. ‘잘 지내’냐고. 그 물음에 나에게 닿지 않고 허공에서 퍼진다. 그 물음이 우리의 귀에 닿게 됐을 때, 우리는 ‘치유’라는 희망을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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