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살 노인·8살 꼬마 좌충우돌 탐험기
  • 이부용기자
78살 노인·8살 꼬마 좌충우돌 탐험기
  • 이부용기자
  • 승인 2015.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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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DVD 애니메이션 ‘업(UP)’

[경북도민일보 = 이부용기자]  가슴 뭉클하고 따듯해 지는 이야기다. 사랑과 우정을 논하는 뻔한 내용의 영화는 수없이 많지만, 솜사탕 같이 푹신하고 달콤한 상상력과 기상천외한 전개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애니메이션 ‘업(UP)’은 이래저래 의미 있는 작품이다.
 무엇보다 애니메이션 최초로 2009년 칸 국제영화제의 개막을 장식했다. 가장 권위 있는 영화제인 칸의 62년 역사상 처음이었다. 또 1995년 내놓은 ‘토이 스토리’를 시작으로 애니메이션의 역사를 새로 써온 픽사의 10번째 장편 애니메이션이기도 하다.
 ‘업’은 탐험 이야기다. 그런데 탐험과는 도통 어울리지 않는 78살 노인과 8살 꼬마가 주인공이다.
 어렸을 적 탐험가를 꿈꿨으나 그 꿈은 이루지 못하고 풍선 장수로 일했던 칼 프레드릭슨은 아내 엘리가 죽은 뒤 고집불통 노인으로 혼자 남았다.
 78살의 나이에 칼은 아내와 함께 꿈꿨던 남아메리카의 파라다이스 폭포를 찾아 떠나는 여행을 단행한다. 수 천 개의 알록달록한 풍선에 아내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집을 통째로 매달고서.
 이 여행에 불쑥 끼어든 불청객은 호기심 많은 야생 탐사대원인 8살짜리 꼬마 러셀이다.
 명색이 야생 탐사대원인 러셀은 야영 장비가 주렁주렁 달린 배낭을 메고 수많은 배지를 달고 있지만, 실제 야영은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다.
 3등신의 몸을 갖고 있다는 것 말고는 공통점이 하나도 없는 두 사람이 만들어가는 여행은 말 그대로 좌충우돌이다.
 상상치도 못한 모험에서 돌아온 뒤 두 사람 사이에서 피어나는 변화는 어쩌면 당연한 것.
 러셀은 세상과의 소통을 단절했던 칼이 스스로 한 발짝 세상에 다가서도록 만들었고, 칼은 러셀이 갖지 못한 따뜻한 사랑으로 돌려준다.
 조금은 뻔한 교훈을 식상하지 않게 만드는 것은 캐릭터의 힘이다.
 사각형 얼굴에 꼬장꼬장한 성격까지, 겉으로는 도통 호감을 가질 수 없는 이 할아버지는 손에 닿지 않는 곳에 있을 것 같은 꿈을 올려다보게 한다.
 계란형 3등신 러셀은 대책 없이 철없는 꼬마지만 미워할 수가 없다.
 모두가 어려워하는 칼에게 다가가 닫혔던 마음을 무장해제시키고 결국 웃게 한다.
 통역 목걸이를 차고 말하는 개 더그와 날지 못하는 희귀 새 케빈과 함께 남미에서 벌어지는 시끌벅적한 소동도 즐겁지만, 칼이 어릴 적 친구이자 아내가 된 엘리와 보낸 행복했던 시간이 무성영화인 듯 잔잔하게 흘러가는 화면들도 인상적이다. 이부용기자 lby@h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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