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인 대선후보 불가론
  • 정재모
특정인 대선후보 불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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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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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정재모]  춘추시대 제나라 대부 습사미가 실력자 전성자(田成子)를 수행해 높은 곳에 올랐다. 전성자의 눈길을 따라 사방을 둘러보니 3면이 트여 있는데 유독 남쪽으로만 습사미 집 나무가 시야를 가렸다. 습사미가 나중 머슴에게 그 나무를 베게 했다가 도중에 그만 두게 했다. 머슴이 까닭을 묻자 말했다. “전성자는 장차 거사하려 하고 있다. 내가 그 기미를 알아차린 걸 보이면 그 죄가 클 거다.” 윗사람의 속마음을 간파한다는 건 위험하다는 말이었다. 한비자 설림편의 이 말이 진리임을 확인시킨 고사가 역사에 있다.
 유비(劉備)가 익주를 점령한 다음 위나라 조조와 한중(漢中) 쟁탈전을 벌일 때다. 조조의 전세가 기울어 공격도 수비도 못할 지경이 된 어느 날 밤 양수(楊修)가 그에게 군호를 받으러 갔다. 심기가 불편해 있던 조조가 말없이 먹고 있던 닭갈비를 던졌다. 양수는 그길로 휘하 군대에 퇴각 준비를 시켰다. 먹을 수도 없고 버리기도 뭣하다는 조조의 우유부단한 의중을 정확히 간파한 것까지는 좋았으나 조조는 훗날 다른 핑계로 그를 죽였다. 자기 속마음을 명경처럼 들여다보는 자를 제거한 거다. 후한서에 적힌 ‘계륵’의 고사다.

 사람은 누구나 입안의 혀처럼 부리기 좋은 사람을 가까이 두는 걸 좋아한다. 하지만 그 측근이 자기의 속마음을 훤히 꿰뚫고 있다면 기분이 좋을 리가 없다. 자기 속내가 노출되는 게 싫기도 하지만, 측근이 두려울 거다. 오늘날의 정치판에서는 윗사람의 속내를 잘 읽는 이를 ‘측근 중의 측근’이니 ‘복심’이니 하는 말로 곁에서 추겨 주지만 신상의 위험이 늘 따른다. ‘윗사람’이 그를 언제 어떻게 내칠 줄 모른다. 그야말로 칼 물고 춤추기다.
 청와대 정무특보인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이 김무성 대표의 ‘대선후보 불가론’을 느닷없이 이야기한 지도 벌써 며칠이 지났다. TV에 비치는 모습이 어딘가 매우 영리하되 경박한 느낌을 주는 김 특보는 ‘결코 김 대표 불가론’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언론과 세간에서는 오만가지 분석과 추측이 끊이질 않고 있다. 대통령이 실제 그런 심사를 품고 있으면서 넌지시 비쳤던 걸까. 아니면 김 특보의 촌탁(忖度)일까. 이도 저도 아닌 자신의 목소리일까. 어찌됐든, 두고 볼 일이지만, 읍참마속이 되었건 징치가 되었건 이런 발언의 끝은 대개 있다는 게 습사미의 가르침이다. 또 우리가 지금껏 권력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로 보아온 경험칙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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