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는 눈’ `이에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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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는 눈’ `이에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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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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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자 시절인 2003년 1월, `노사모 살생부’가 떠돌아다녔다. 민주당 의원들을 특1등, 1등, 2등, 3등, 역적, 역적 중의 역적 등 6등급으로 구분한 내용이다. 노 대통령 당선에 재를 뿌린 민주당 의원들의 죄과를 이런 식으로 평가한 것이다. 지금의 민주당 박상천 대표는 `역적 중의 역적’ 에 꼽힌 3명 중 1명이다. 그리고는 열린우리당이 민주당에서 떨어져 나갔다. `반개혁 정당’ `지역당’운운하며 온갖 몹쓸말을 퍼부었다.
 그런데 3년여가 지난 지금 상황이 완전히 역전됐다. 민주당의 `복수’가 시작된 것이다. 민주당을 깨고 나간 열린우리당 창당주역들에 대한 민주당의 `앙갚음’이 `박상천 살생부’로 돌아왔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식이다.
 열린우리당 정세균 의장과 민주당 박 대표는 지난 11일 이른바 범 여권 대통합이라는 이름으로 만났다. 3년 6개월만이다. 이 자리에서 정 의장은 모욕을 당했다. 박 대표가 국정실패책임자, 좌파성향인사, 친노세력은 통합에서 제외해야한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국정실패책임자엔 정동영·김근태·이해찬·한명숙·유시민 등 현 정부에서 총리나 장관을 지낸 사람들이 해당된다. 좌파성향인사엔 김근태·천정배 의원 등 좌파 진영이 속한다. 친노 세력엔 유시민 장관을 비롯한 참정연 세력과 김혁규·이광재·이화영 의원 등이 대상이다. 한마디로 열린우리당 소속 잠재적 대권주자들은 정치를 “포기하라”는 통첩이다. `역적 중의 역적’이던 박 대표가 `역적 중의 역적’을 손가락으로 꼽은 것이다.
 민주당은 국회 원내교섭단체조차 구성하지 못한 군소정당이다. 그런데 열린우리당을 향해 호령이다. 민주당과의 범여권 통합에 목을 맨 열린우리당의 구애에 헌신짝 대하듯 냉정하다. `목욕재계’하고 오려면 오라는 투다. 박 대표로부터 모욕을 당한 열린우리당 정의장은 “대통합은 누구 누구를 배제하는 것이어서는 안되고, 신당 역시 개방적이어야 한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장영달 원내대표는 아예 이름을 입에 올렸다. “김근태 빼고, 정동영 빼고 이해찬 빼고 다 빼면 남는 사람들은 한나라당과 통합할 사람들만 남는다”며 울분을 토했다. 이혼과정에서 상처가 너무 깊었음을 말해준다. 열린당이 민주당에 준 상처다.
 이혼 당시 민주당은 `반개혁정당’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노 대통령으로부터다. 그리고 분당사태가 왔다. 과정이야 어찌됐건 대통령을 당선시킨 집권정당이 대통령 당선자로 말미암아 분당되는 유례를 찾기 힘든 일이 벌어졌다. 2004년 노 대통령 탄핵 역풍은 민주당을 군소정당으로 전락시켰다. 민주당은 아성이던 호남에서 조차 열린우리당에 참패했다.
 더구나 민주당은 노 대통령의 대선 빚 40억원까지 떠맡았다. 대부분 노무현 후보 홍보비다. 민주당은 당사가가 압류되는 수모를 겪었고, 결국 길거리로 내몰리는 설움을 맞봤다. 민주당은 광화문에서 “대선 빚을 갚으라”고 시위를 벌였지만 열린우리당은 차갑게 외면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노 대통령 임기가 끝나기 전, 열린우리당이 없어지기 전에 대선 빚 40억원을 받기 위해 노 대통령을 고소하자는 움직임이 있다. 민주당의 열린우리당에 대한 `복수극’은 나름대로 역사가 있다. 인과응보이기도 하다.
 민주당과 박 대표의 자심감은 열린우리당이 조만간 해체 또는 붕괴될 것이라는 믿음에서 온다. 통합협상이 깨질 경우, 열린우리당은 친노세력과 반노세력간 피 터지는 싸움으로 소멸의 길에 들어설 것이며, 그렇게 되면 열린우리당을 뛰쳐나오는 의원들은 낙엽 줍듯 거둬들이면 그만이라는 속셈이다. 박 대표가 “세보지 않아 정확히 모르겠지만 현재 열린우리당에서 민주당에 들어오고 싶어 하는 의원이 많이 있다”고 배부른 소리를 한 배경이다. 그는 또 “열린우리당 정세균 의장에게 이들을 자유롭게 풀어주라고 했다. 당을 나가서는 안된다는 것에 얽매여 국익에 해로운 일을 해야 하느냐”고도 했다. 열린당 의원 집단 탈당이 `국익’이라는 주장이다.
 가장 황당해진 인물은 정동영, 김근태 전 의장이다. 어느 정파로 부터도 천덕꾸러기가 되어 버린 두 사람이다. 이들은 노 대통령으로부터도 버림받고, 민주당에게서도  뺨 맞은 신세다. 자고로`배신’은 또다른 `배신’을 낳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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