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DJ의 젖을 뗄 때도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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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DJ의 젖을 뗄 때도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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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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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윤환/(언론인)
 
  응원석에 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아예 그라운드로 내려왔다. 범 여권이 지리멸렬하자 “후보를 단일화해서 한나라당과 대적하라” “단일정당이 안되면 후보라도 단일화하라”며 열린우리당과 탈당파, 그리고 민주당의 등을 떠밀던 김 전대통령이 “주책없이 정치에 개입한다”는 비난에 잠시 자중하는 듯 하더니 “50년 몸담았던 민주개혁세력이 사분오열돼 있는 데 내가 어떻게 가만있을 수 있는가”고 본색을 드러냈다. “한나라당 집권만은 막아라”는 살벌한 지령까지 내려놓은 상태이기도 하다.
 도대체 김 전 대통령이 왜 밤잠 못이루고 한나라당 집권을 저지하겠다고 나서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일부는 자신의 햇볕정책을 수호하기 위한 몸부림이라고 보기도 하고, 다른 일부는 집권기간 중 쌓인 각종 비리가 한나라당 집권후 터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노무현 정권 5년동안 걱정하지 않았던 `정치보복’을 걱정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하긴 최근 거액의 `DJ 비자금’이 미국에 감춰져 있다는 미국 현지 보도도 있긴 했다.
 그러나 김 전 대통령의 영향력은 예전과 같지 않다. 우선 “노 대통령과 내(DJ)가 손잡으면 못할 게 없다”는 김전 대통령의 발언이 소개되면서 부쩍 고개를 든 `노-DJ 연대설’에 대한 범 여권내 반응이 좋지 않다. 당장 `DJ 분신’인 민주당조차 “DJ와 노 대통령이 손잡아 대선을 치르겠다고 하는 것은 한나라당에 대선을 헌납하겠다는 구도”라며 비꼴 정도다. 지난달 말 나온 반응이다. 1일에는 유종필 대변인이 “민주당이든 열린우리당이든 언제까지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의존하는 유아기적 정치를 할 건가하는 반성을 해본다. 이제 DJ의 젖을 뗄 때가 되지 않았나, 자주 자립할 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한다”는말까지 했다.`홀로서기’이자 DJ를 향해 “뒷방에 조용히 있으라”는 요구이기도 하다.
 그러나 막상 DJ의 호남이미지 탈피를 위해 민주당을 깨고 뛰쳐 나갔던 열린우리당은 민주당을 비난하고 DJ의 정치개입을 옹호했다. 최재성 열린우리당 대변인은 “치욕스럽다. 어떻게 이런 표현을 하는가”라며 “우리가 김 전 대통령에게 배우고 계승하고자하는 것은 평생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하고 역사적 6·15공동선언으로 한반도 운명을 개척한 역사와 의미”라고 유 대변인을 비판했다. DJ로부터 독립해야 할 열린우리당 주장이라고 여기기 어려운 아부성 발언이다. 뒷꼭지가 간지럽다.
 열린우리당의 DJ 옹호와 민주당 비난은 어떻게든 `노-DJ 연대’를 통해 정권을 다시 잡아보겠다는 속셈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의 맞춤 후보라는 이해찬 전 총리가 동교동을 드나들며 `교시’를 받아오는 모습이 그런 추측을 일으킨다. 김 전 대통령이 “민주당 분당과 열린우리당 창당은 큰 잘못”이라고 비판해온 사실을 상기하면 참 변형적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김 전 대통령에 대한 비난은 민주당 뿐만 아니라 열린우리당 출신인 중도개혁통합신당에서도 나왔다. 중도개혁통합신당 김한길 대표는 “전- 현직 대통령 연대론은 열린우리당 내부에서 추가 집단 탈당을 추진하고 있는 세력을 발목 잡기 위한 새로운 논리”라며 “전-현 대통령이 연대해서 다음 정권을 창출한다는 것은 그 어떤 정치 교과서에도 없는 이상한 논리”라고 맹비난했다. `노-DJ 연대’를 `도로 열린우리당-민주당’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노-DJ 연대를 대선 `필패 카드’로 여기는 기막힌 일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민주당 박상천 대표와 중도개혁신당 김한길 대표는 노 대통령이나 DJ의 `대통합’ 요구를 비웃듯 서둘러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DJ가 “절대하지 말라”고 그렇게 말려온 범 여권 분열구도다. DJ가 민주당 박 대표를 불러들여 꾸중하고 달랬지만 말발이 안먹히는 것이다.
 전-현직 대통령이 정치에, 그것도 대통령선거에 직접 개입하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 조용히`중립’을 지키는 게 나라를 돕는 길이다. 특히 DJ는 유사이래 가장 `부패한 정권’이라는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 재임 중 두 아들이 감방에 끌려들어가는 걸 봐야했던 김 전 대통령 아닌가. 본인은 정권이 교체되면 정치보복 같은 `후과’를 두려워할지 모르지만 바로 지금 같은 괴도한 정치개입이 바로 보복을 불러올지 모른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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